내게 주신 만교샘의 코멘트 :


다 풀면 장편소설감일 인생의 한 단면을 잘라 

한 장면을 구체로 자세하게 보여주는 것이 단편소설이다. 

좀 더 단편소설스럽게 쓸 필요가 있다. 

 

반성할 때 조차도 끌고 들어가는 사춘기 소녀같은 환상을 싹 버리고, 

명상가가 쓴 것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계몽적인 문장도 싹 버려라!

과도한 청킹업, 상투구, 문장과 문장 사이의 비약도 살펴라!


딱 한순간의 대화와 분위기를 치밀하게 그릴 것.

뒷받침문장을 구체로 구체로 깊이 들어갈 것.



+


"사춘기 소녀같은 환상" 에서 벗들이 크게 공감하고 크게 웃었다 ㅋ


+


만교샘의 지적은 한문장 한문장 너무나 자세하고 정확해서, 내가 전혀 모르고 있거나 대충 알고만 있던 내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내 삶을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생각의 버릇을 정확하게 알게 된다. 감사감사. 훨씬 더 혹독해도 괜찮을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알아서 얼마나 다행이야. 기회 될 때마다 써서 코멘트를 받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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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널고 있는데 온유가 왔다.

"엄마 내가 도와줄까?"

고라니가 갓 심어놓은 배추모종을 입으로 홱 뽑아던지면서 놀듯이 건조대에 널어놓은 빨래를 하나씩 하나씩 멀리 던져버리던 온유가, 도와준다고 한다. 빨래 널고 있으면 사다리 타듯 건조대를 붙잡고 올라가서 휘게하고 넘어트리던 온유가, 도와준다고 한다. 그동안 또 컸구나. 가슴이 찡 ㅠㅠ

양말 세짝을 줄에다 걸어준다. 제대로 가운데 맞춰서 줄에 걸었다. 또 가슴이 찡 ㅠㅠ

"어머나! 세상에! 우리 온유가 빨래를 다 널어주고! 너무너무 고마워-"
"뭐 그런걸 가지고."

어머, 시크해라.
마음씨는 상냥하고 말은 시크.
조댕이 야물어가는 요놈 46개월짜리의 매력이 폭발하고 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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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12월이 되어서야 침실에서 나왔는데, 회랑만을 보았는데도 벌써 전쟁이란 말이 그의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우르술라는 그 나이에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활력으로 집 안을 다시 활기가 넘치게 꾸며 놓았던 것이다. 

  “내가 누군지 두고 보라구. 이 미친 인간들의 집을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탁 트인 집으로 만들어 놓을 테니까.”

  아들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우르술라가 한 말이었다. 그녀는 벽을 깨끗이 닦아 내고 칠을 새로 했으며 헌 가구를 바꾸고 정원을 다듬고 꽃씨를 뿌리고 모든 문을 활짝 열어 여름의 화창한 햇빛이 침실에까지 들어오도록 했다. 그리고 겹치고 겹친 상을 모두 끝내기로 했으며 그녀 자신부터 상복을 벗고 화사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자동 피아노의 아름다운 멜로디가 다시 집안에 울려 퍼졌다. 이 소리를 듣자 아마란타는 해질 무렵, 재스민 꽃을 들고 라벤더 향수 냄새를 풍기던 피에트로 크리스피를 생각했다. 시들어 버린 그녀의 가슴 한구석에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애절해지는 아련한 기억이 피어올랐다. 어느 날 오후에 거실을 정리하던 우르술라가 집을 경비하던 병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경비대의 젊은 대장이 이를 허락했다. 우르술라는 점점 다른 일에도 그들의 도움을 빌곤 했다. 그리고 그들을 식사에 초대하고 구두와 옷가지를 주기도 하였으며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기도 했다. 정부가 가택 경비를 중단하자 병사들 중 한 명은 계속 그녀의 집에 남아 몇 년 동안이나 집안일을 거들었다.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동안의 고독>, 

고려원  번역본, chap 9 중에서.




우르술라의 힘. 대단하다, 대단하다, 감탄하면서 읽는다. 나는 집안 일을 이렇게 대한 적이 있던가? 가끔은 그랬던 것 같은데. 


지금 머무는 작은 집 정도는 이렇게 한다. 날마다 조금씩 시간을 들인다. 이 미친 인간의 집을 세상에서 가장 쾌적하고 탁 트인 곳으로 만들고 있다. 벌써 전쟁이 끝난 것 같고, 다시 전쟁이 와도 상관 없을 것 같다. 어디서도 누구와도 지금처럼 지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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