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이가 두발자전거를 탄다. 2주만에 봤더니 또 컸다. 꿈터에서 선유네집 언덕 밑까지 밤마실 가는 길에 한결이 자전거는 한번도 넘어지지 않았다. 나는 한결이를 따라 헉헉헉 심폐를 단련하면서 간다. 마침 달은 보름달.


"우리 한결이 언제 이렇게 또 커서 두발자전거를 다 탈 수 있게 됐지? 저번에는 두발자전거 안탔었잖아? 너무 신기해. 우리 한결이 자전거 타는 거 봐서 너무 좋고, 같이 보름달 보면서 밤마실가는 것도 너무너무 좋다. :-D"


"나도 좋아 엄마! 아빠가 붙잡아줬는데, 한달이나 걸렸어. 엄만 하나도 몰랐지? 근데 보름달, 밤, 밤마실, 두발자전거, 전부 다 ㅂ 이 들어간다 그치?"


"와 >_< 어떻게 알았지? 한결 대단한데! 그렇네 전부 ㅂ이 들어가네!"


와, 이렇게 글자놀이도 한다 :-D 낮에는 받침 있는 글자를 좔좔 읽는 걸 보여주고, 연습장을 펼쳐서 받아쓰기 백점맞은 쪽도 보여줬다. 초등학교 입학할 때 자기 이름 석자부터 시작했는데 두달 남짓 지나는 동안 다른 글자도 다 읽고 쓰게 된 거다. 배울 때를 만나서 배우게 된 것을, 배운 그 때에 바로 바로 익혀나가고 있는 한결이가 어찌나 기특하고 장한지.


얼룩얼룩한 옥토끼 그림자가 다 비치는 쟁반 보름달을 본다. 낮에 홍범식고택에 전래놀이하러 가서 땀 뻘뻘흘리면서 비석치기하고 집에 돌아와서 싹 씻어서 개운한데다 선선한 밤바람이 분다. 막 두발자전거를 배워서 조심조심 타는 내 아이, 글씨를 배운 이야기를 상냥하게 재잘재잘 나눠주는 내 아이가 옆에 있다. 사랑하는 아이와 함께 사랑하는 벗님들 얼굴보러 밤길을 걷고 있다. 오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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