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것과 알게 되는 것은 거의 같은 것이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잘 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 [헤르만 헤세의 사랑] 중에서

 

책 이야기 검색하다 냉큼 줏어왔다. 앞뒤 맥락을 보지 않고 딱 떼어서 보는 문장 자체는 좋지만, 책 내용 소개를 읽다보니 의문이 들었다.

 

'그럼 어째서 여성의 마음을 그렇게 몰라주고 혹독하게 대해서, 세번이나 아내를 떠나보냈지. 사랑은 한건지. 정말 알기는 한건지.'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다. 인간 헤르만 헤세 자신의 사랑은 어땠나, 저 말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의미로 나왔나, 궁금하다.

 

 

 

나는 내 나름대로 막 표절?변주를 해본다. 와하하 :-D

 

사랑하는 것과 사랑을 아는 것은 거의 같은 것이다.

사랑을 하면서 사랑을 알게 되니까. 사랑을 알면서 사랑하게 되니까.

 

사랑한다면서 사랑을 더 알려고 하지 않거나

사랑을 안다면서 더 사랑하려 하지 않는 건

사랑을 알지도, 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사랑하고 있는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사랑하고 있는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도 나 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내가 가장 잘 아는 것도 아니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가장 잘 아는 것도 아니지만,

사랑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정도는 알 수 있다.

사랑은 하는 사람이 빛이 나고, 상대도 빛이 나게 하기에.

 

 

- 2050, [꾸물꾸물 노의 사랑(가칭)] 중에서.

밤산책하는 길. 10:13분. 카시오페아 자리에서 왼쪽 용자리 쪽으로 별똥별이 떨어졌다. 여태 본 별똥별 중에 제일 크고 밝고 길게 떨어졌다. 와-. 너무 아름다워서 팔다리에 순간 소름이 자르르륵 돋았다. 얼른 준비해둔 소원을 빌었다.

 

"....... 공부하게 해주세요."

 

누군가 이시간에 하늘을 보다가 저 별똥별을 발견한 사람이 또 있을까.

 

오늘은 아주 아주 어둡고 구름이 한점도 없다. 별이란 별은 다 잘보였다. 다시 또 이렇게 볼 수 있을까 싶게, 마치 마지막으로 오늘까지만 빛나기로 작정하고 마지막 빛을 내는 것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별자리가 많이 달라져서, 이렇게 잔별이 다 보이는데도 전에 알던 자리를 잘 못찾겠다. 새로 나타난 별자리도 가만히 눈에 담았다.

 

그리고 은하수. 서남쪽 사자자리부터 북쪽 카시오페아 자리까지, 무지개처럼 하늘을 가로질러 이어지는 뽀얀 길. 구름이 아니다. 구름이면 별이 안보일텐데, 별은 별대로 잘 보이고 배경처럼 뽀얗다. 그래서 잘 모르고 그냥 봐도 '저게 은하수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었다. 처음 봤다. 여름에는 안보였는데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거지. 참 아름다워. 뭐라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소리 없이 음악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하늘 보면서 감동하다가 풀숲에 몇 번 엎어질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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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을 데리러 어린이집에 갔다.

도토리 던져넣기 놀이를 하고 있는 한결이랑 선유랑 잠시 자리를 비운 꼬꼬샘.

밤톨만한 도토리를 한바구니나 가지고 논다.

 

"꼬꼬샘! 도토리가 벌써 떨어져요?"

"네! 어제 의상저수지 산책길에서 애들이 다 주워왔어요."

 

 

꼬꼬샘이 없는 틈을 타서 와르르 자기들 바구니에 넣는 반칙을!

꼬꼬샘 오기 전까지 서둘러 넣느라 스릴이 넘친다.

깔깔깔 웃느라 마구마구 흘리고 있다 ㅋ

 

 

요 틈에 한결이 형아 자전거를 슬슬 끌고가는 온유.

여섯시쯤인데도 벌써 그림자가 길다.

 

 

지담이 형아가 "한번만 타보자~" 졸졸 따라다니면서 애타게 부탁해도

온유는 못들은 척.

 

 

 

그러다 한결이형아한테 뺐겼다. 주저앉아서 절규한다. "으아아-"

 

 

흐느끼면서 자전거를 쫓아다닌다. 

 

 

어쩌나! 한결이형아랑 지담이형아랑 같은편.  

 

 

속상해서 신발을 홱 던져버렸다.

발등은 그렇다쳐도 발가락 사이까지 새카맣구나.

 

 

양미간에 깊은 시름.

 

 

엄마는 비빌언덕. 만병통치약.

"안아줘! 안아줘!"

 

 

한결이 형아는 먼저 쌩하니 하늘지기 꿈터로 가고,

따라잡지 못한 온유는 엄마랑 유모차타고 뒤따라 간다.

 

 

양미간의 주름은 돌아서면 사라진다. 유모차 타니 좋댄다 :-D

 

 

다람쥐 수트를 입은 인간 날다람쥐

 

 

"엄마 이거 먹어봐. 아~" 

유모차에서 솜을 뜯어서 엄마 입에 쑤셔넣을려고 한다.

 

 

집에 올라가는 언덕길.

언덕길인가 산길인가.

 

 

한결이 힘세다. 엄마가 들어도 휘청하는 온유를 번쩍 든다.

 

 

여름을 막 지나 고루고루 잘 구워졌다.

아주 시커멓다. 후후. 매력이 넘치누나.

딱 보면 시골어린이! 진정 시골어린이!

 

 

어린이들,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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