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핵심은 당장 글을 쓰는 것이 아니에요. 사실은 글을 버리는 겁니다.

 

버리고, 이 자유로운 지점으로 먼저 들어가줘야해요. 이 지점이 바로 침묵의 지점이자, 명상의 지점이자, 기도의 지점이자, 철학의 지점이자, 실제 세계로 깊이 들어가는 거에요.

 

이 안으로 들어가서 문장을 가지고 나와야지, 이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여태까지 엉망으로 사용한 대중의 문장을 가지고 또 간다? 그게 윤회 업장이에요. 언제까지, 있지도 않고, 그렇게 해석했을 때 좋지도 않은 해석을 계속 하면서, 그 해석을 따라서 물결치듯이 살다가 갈꺼에요. 

 

모든 것이 나의 창작이라는 것, 인류의 모든 역사는 일어나야 할 일만 일어나고 있다는 이 엄연한 사실 앞에서, 이 눈부신 사실 앞에서, 이 경이로운 사실 앞에서, 나의 자유를 팍팍 느껴야 하는데. 그걸 언제까지 놓치고 말도 안되는 대중의 말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살꺼에요.

 

그 문장이 얼마나 우스운지를 파리의 눈으로, 뱀의 피부로, 개의 코로 알아채야 돼요. 알아채고, 실제계 속으로 다시 들어가서 새로운 나만의 문장, '이 말도 최고의 문장은 아니지만, 그 문장보다는 낫다' 싶은 문장이 만들어지는 지점에 이르기까지, 침묵과 기도와 명상의 세계로 들어가서 이 세계를 다시 봐야 합니다.

 

그래서 "슬퍼요"가 아니라 "슬픈데도 꽃은 아름답게 피네요" 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해요. 그 순간 삶이 우리에게 오묘하게 오는거에요.

- 2015.10.17 글쓰기 공작소 언어탐색반 1강 중에서, 이만교 선생님.

 

 

 

"자네 언제까지 그렇게 밖에 못 말하고 살텐가!" 하는 듯, 뜨끔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