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면어린이집 꼬꼬선생님이 수첩에 써준 가정통신문.

"한결이가 한글을 가르쳐 달라고 해서 몇글자 써줬더니, 따라서 썼어요."

오호, 따라쓰는 솜씨가 제법이다 :-D

 

 

 

 

 

 

숫자도 한글도 먼저 안가르쳐 주려고 한다. 되도록 늦게 알면 좋겠다. 문자에 의존하지 않고 세상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더 자세히 보면 좋겠다. 감각을 쓰는 즐거움을 방해하지 않고 더 누리게 하고 싶다.

 

감각을 쓰는 예를 들면, 이렇다. 좋아하는 그림책을 찾아올 때는 제목이 몇단어에 몇음절인지 세어서, 책 등 색깔이랑 맞춰서 찾아온다. 예를 들면 "시골쥐와 서울쥐" 그림책을 읽어달라 하고 싶으면, 책꽂이를 훑어가면서 "네글자 + 한칸 띄움 + 세글자" 인 하늘색 책을 찾아온다. 그 밖에도 책 크기라던지 위치라던지 기억하는 방법이 또 있을 것이다. 자기가 아는 방법을 총동원해서 어떻게든 찾아내서 으쓱거리면서 들고 올 때마다, 한결이의 지혜에 크게 감탄하면서 "대단한데 한결!" 하고 엉덩이를 두들겨준다.

 

배우고 싶어서 몸이 달을 때까지 내버려두었더니 이렇게 꼬꼬선생님한테 다 물어봤구나.

 

+

 

한결이는 틈틈히 그때그때, 필요할 때 쓰면서 익힌다. 숫자를 다 아는구나 하고 놀란건, 엄마 아빠한테 전화를 거느라고 핸펀 번호를 외워서 전화를 걸었을 때다. 또 포켓몬 카드놀이 할 때, 카드에 써있는 체력지수를 보고 누가 더 센 놈인지 비교하느라고 몇번 물어보다가 어느 순간 백단위로 크고 작은 걸 안다. 이평슈퍼에서 마이쭈 사먹느라고 몇백원 몇백원 물어보다가 돈의 단위를 알고는, 이제는 혼자 동전 들고가서 동생들도 한개씩 사준다. 나한테 덧셈 뺄셈 문제를 내면서 맞춰보라고 채근하기도 한다;; 엄마한테 용돈주겠다고 오천원 한장 천원 한장 합해서 육천원을 딱 세서 주기도 했다 :-D

 

한자를 물어보는 이유는, 한자마법 싸움놀이에 필요해서다. 마법천자문 카드에 써있는 한자 이름을 가르쳐주면 바로 써먹는다. 카드를 척 내밀고 한자의 힘을 내뿜으면서 입으로 소리내서 공격한다. 낭송하는 공부의 모습을 한결이한테 본다. 이제는 나보다 훨씬 많이 안다. 대충 뭘 마구 갖다 붙이기도 엄청 잘 갖다 붙이기도 하지만 ㅋ

 

한글은 온유꺼랑 똑같이 생긴 자기 가방을, 이름표 보고 구별하는 걸 보고 '이름은 아는구나' 했다. 그림책 읽을 때 웃음이 팍 터지는 부분에 다다르면 내 입을 막고 자기가 소리를 내기도 한다. "여기 이렇게 써있지?" 하면서 대충 글자 수 맞춰서 내용에 맞게 읽는데, 제법 그럴 듯 해서 웃음이 난다. 그림책 그림에 중요한 소품에 써있는 글씨도 잘 안다. 글씨가 아니라 장면을 보는 거겠지만 ㅋ 이미 글씨를 때려맞추는 자신감만큼은 글씨를 다 아는 어린이다.

 

+

 

이젠 한결이가 제발 가르쳐달라고 물어물어 한글을 배워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때도 왔나보다. 어웅, 설렌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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