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6일 사진이다. 온유 세살, 22개월.

 

밥을 줬다 하면 안먹고, 주무르고 쏟고, 아무데나 쳐덕쳐덕 발라서, 치우느라 무척 애먹던 때다. 이 사진 찍을 때도 그랬다. 밥그릇에 손을 넣고 주무르고 엎고 의자에 발라대고, 못하게 하니까 마구 짜증을 내면서 그릇을 집어 던지다가 갑자기 조용해서 보니 잠이 들었다.

 

 

 

입을 하 벌리고 쌕쌕-

 

 

저 크고 무거운 머리를 의자에 살포시 얹고 잠을 잘 수가 있다니!

 

 

밥은 다 쏟아놓고 골고루 펼쳐놨다.

 

 

뺨이고 입이고 땟국물이 좔좔.

울다 잠든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가슴팍으로 저녁먹었구나. 

 

 

+

 

요 사진은 위 사건 이틀 전, 6월 4일.

 

 

이렇게 귀여운 얼굴을 하고 난동난동 곰난동.

뒷배경에 이미 집이 폭탄.

 

 

 

여섯살 한결이도 아기 얼굴

 

 

형아가 통에 담아서 뭘 먹는건지 궁금

 

 

옛다 먹어봐라

 

 

헤헤 좋다

 

 

이렇게 들고 먹는 거야

 

 

쏟으면 안돼!

헝아가 멕여줄께.

 

쪽쪽쪽-

사실 안에 들어있는 건 그냥 물.

 

 

 

불과 1년밖에 안지났는데, 온유는 기껏해야 세돌 지난 네살인데 거짓말처럼 의젓해졌다. 엄청나게 사람에 가까워졌다. 밥도 혼자 척척척 잘먹고, 혼자 쉬하고 물내리고, 혼자 화장실에서 응가하고 물내리고, 밤에 한결이랑 둘이 자라고 하고 방문을 닫아놓으면 엄마 안찾고 바로 쿨쿨 잔다. 아까 저녁에도 혼자 주방에서 거실까지 토스터기를 가져와서, 전기 코드를 구멍 맞춰서 꽂고, 식빵을 넣어 토스트를 하고, "뜨거우니까 집게 줘!" 하고 집게로 꺼내서 그릇에 담았다;; 네발 자전거를 타고 어린이집에서 집까지 와서, 꿈터 마당에다 자전거를 척 주차해놓았고.

 

'이 때가 정말 힘들기는 했나?' 하고 가물가물할 정도로 멀어졌다. 일년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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