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산책하는 길. 10:13분. 카시오페아 자리에서 왼쪽 용자리 쪽으로 별똥별이 떨어졌다. 여태 본 별똥별 중에 제일 크고 밝고 길게 떨어졌다. 와-. 너무 아름다워서 팔다리에 순간 소름이 자르르륵 돋았다. 얼른 준비해둔 소원을 빌었다.

 

"....... 공부하게 해주세요."

 

누군가 이시간에 하늘을 보다가 저 별똥별을 발견한 사람이 또 있을까.

 

오늘은 아주 아주 어둡고 구름이 한점도 없다. 별이란 별은 다 잘보였다. 다시 또 이렇게 볼 수 있을까 싶게, 마치 마지막으로 오늘까지만 빛나기로 작정하고 마지막 빛을 내는 것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별자리가 많이 달라져서, 이렇게 잔별이 다 보이는데도 전에 알던 자리를 잘 못찾겠다. 새로 나타난 별자리도 가만히 눈에 담았다.

 

그리고 은하수. 서남쪽 사자자리부터 북쪽 카시오페아 자리까지, 무지개처럼 하늘을 가로질러 이어지는 뽀얀 길. 구름이 아니다. 구름이면 별이 안보일텐데, 별은 별대로 잘 보이고 배경처럼 뽀얗다. 그래서 잘 모르고 그냥 봐도 '저게 은하수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었다. 처음 봤다. 여름에는 안보였는데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거지. 참 아름다워. 뭐라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소리 없이 음악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하늘 보면서 감동하다가 풀숲에 몇 번 엎어질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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