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상경하면서 들고나온 책은 김애란 소설집 비행운. 사쁘나가 추천해 준 소설목록 중에 하나다.

"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에서 용대가 명화가 녹음한 테이프를 명화가 세상을 뜨고 나서 들어보는 장면을 읽은 곳이 하필, 강학원 공부방. 간식 당번이라 준비하려고 조금 일찍 와서 기다리면서다. 여기서 울면 안되는데. 여기서 울면 안돼. 소리없이 숨은 죽였는데 눈물이 가방에 떨어져서 투둑투둑 소리가 났다. 곧 부어오른 두꺼비 눈이 됐다.

강의 마치고 뒷정리하고 언덕을 혼자 내려오는 길은, 비가 그쳤고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고 서늘하고 조용하다. 울먹울먹하면서 충무로역까지 걸어내려온다. 소설속 사람들이 겪는 고립감과 막막함이, 안보려고 밀어놓지 않으면 어떻게든 좋은 쪽으로 받아들이려는 내 생활의 어떤 부분을 아프게도 정확히 짚어서 불러낸다. 잠깐의 행복. 동경. 빠져나가는 빛. 아직도 어디인지 모르겠는 내 자리. 그래도 용케 씩씩하다. 씩씩할테야.

지금 나래를 만나러 간다. 나래가 있어서 다행이다. 나래를 만나러 가는 길이 아니었으면 앞이 안보이도록 울면서 걸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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