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난 한결. 엄마가 책상 앞에 앉아있는 걸 봤다.

"엄마! 공부해?"
"응~ 숙제하고 있어. 한결이 잘잤어?"


그리고 잠시 후

"엄마! 내가 엄마 공부하면서 마시라고 커피 만들었어."

머그컵 한가득 커피를 타서, 조심조심 들고왔다. 예쁜 컵받침에다 받쳐왔다. 티스푼도 올려져 있다. 감격해서 기절초풍 ㅠ_ㅠ

조용했던게, 부엌에 다녀오느라 그랬구나. 주전자에 보글보글 물끓는 소리도, 컵꺼내는 달카닥 소리도 못들었는데.

"엄마가 전에 한 컵에 한 개 넣으랬잖아. 근데 내가 물을 너무 많이 부어서 싱거운 것 같아서 한개 더 넣었다! 맛이 어때?"

한입 마셔보려는데 악 너무 뜨겁다;; 이 뜨거운 걸 여기까지 들고오느라 얼마나 조심조심 했을까.

"그랬구나- 잘했어! 음~ 너무 맛있다아아 >_< 한결이가 이렇게 커피를 맛있게 타다니! 엄마 이거 마시고 열심히 공부할께! 고마워 >_< (꼭 안고 쪽쪽쪽쪽)"

"응. 열심히 해."

그러고는 흐뭇한 얼굴로, 포켓몬 카드랑 요괴워치 딱지를 들고 자는 방에 간다 :-D


한결이는 이런 마음이 참 예쁘다. 얼마든지 "물달라, 밥달라, 책읽어달라, 카드놀이하자" 할 수 있는데도, 엄마가 좋아하는 걸 더 할 수 있도록 자기가 할 수 있는 걸로 응원해준다. 녹차도 타주고, 커피도 타주고, 홍차도 타준다 :-D 엄마가 산책을 나갈때는 "잘다녀와. 멧돼지 조심하고." 엄마가 서울에 수업들으러 갈때도 "잘다녀와. 올 때 포켓몬 카드 사오구." 한다. 북돋우고 응원하기. 이런건 영락없이 나를 빼닮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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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1월 6일 금요일, 솔멩이골에서 이유진님 기후변화-탈핵 강의가 있었다. 솔멩이골 탈핵 공부모임 "탈바꿈"에서 주최하고 솔멩이골 작은도서관에서 후원해서 솔멩이골 학부모와 아이가 모였다. 진지하게 듣는 아이들, 어찌나 예쁜지 ㅠㅠ

 

 

 

 

 

 

 

 

 

 

 

 

 

 

 

오랜만에 만난 기후 동지 ㅋ

 

+

 

강의 들으면서 화들짝 놀랐다. 핵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대도시로 끌어가는 거대 송전탑이 세워지는 곳이 밀양 다음에는 강원도 횡성이구나. 나의 강원도에도 곧 닥쳐오겠다. 밀양도 여전히 지금 얘기인데. 어쩌지.

 

신기후 체제로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데, 온실 가스를 줄이는 방법으로 핵발전소를 더 세우겠다는 정부. 에너지 분야에서도 역시 특정 세력의 이익을 정책에 반영한다. 이런 경우, 강원도 말로 "쌍놈의 종재"라 한다.

 

밀양에 횡성에 송전탑을 안세우려면 핵발전소를 멈춰야 한다. 핵발전소를 멈추려면 에너지 생산-소비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서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이고 지역에서 에너지를 자립하고 지역에서 에너지 정책을 만들자. 솔멩이골은 에너지 자립마을이 될 수 있을까? 작정하고 뛰어들어서 해보면, 어쩌면 정말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

 

녹색당에 가입했다.

 

+

 

유진샘하고는 오늘이 두번째 만남이다. 7년전 2008년에 수진언니가 에너지농부학교를 기획하고 진행했을 때 처음 강의를 들었다. 그때 그 자리에 있었냐고, 있었다고, 오랜만이라고, 웃었다.

 

메세지.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해보면서, 세번째 다시 만날 때를 기다릴께요!"

"7년만의 만남 참 반가웠어요! 세번째 만남도 기대됩니다."

 

+

 

오늘 참 좋았다. 열심히 뭔가를 하고 싶은 모임이 있고, 모임에서 하고 싶은 활동에 필요한 것을 도서관에서 지원할 수 있어서 좋다. 침뜸 모임이랑 탈바꿈 모임처럼 스스로 일어나려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거기에 물주고 북돋우는 역할을 도서관이 하는 것이 좋다. 설악산 비룡폭포처럼 서류작업도 좍좍좍 이말 저말도 콸콸콸 쏟아져 내려도, 덕분에 오늘같은 날이 있다. 그리고 아직 좋은 날은 더 더 더 많이 남아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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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다.

소리.

 

비오는 날의 묘미는 빗소리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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