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

"누나드야! 우이집에 나아명(라면) 이따아~"

온유는 엄마 등에 어부바하고 언덕을 올라 집에 가는 길. 왼쪽편 하늘지기 꿈터에서 노는 초딩 누나들을 보고는 큰 소리로 자랑자랑한다. 우리집에 어쩌다 라면이 있는게, 사람만 보면 자랑하는 큰 기쁨이고 보물이다. 엄마가 워낙 주구장창 쌀밥만 먹어서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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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얌밥 먹고 싶어! 기윰(기름)도 많이 넣어줘. 개얌밥 많이 많이 줘."

요새 온유는 계란밥맛에 폭 빠졌다. 아침에도 계란밥, 저녁에도 계란밥. 노른자를 반만 익히고 흰자는 노릇노릇 자글자글 주름이 가게 하는게 포인트. 덜익은 노른자의 고소한 맛을 온유는 알아버렸다 :-D

2015.7 +36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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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거, 고얘야 고얘. 내가 그였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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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9호선 염창역에서 걸어서 5분거리, 카페 숙영원에서 <사쁘나&잠꾸리 게스트하우스>의 "식탁의 노래, 음악책방" 공연을 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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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그린 아기자기한 책갈피 입장권이랑 엽서. 스무개쯤 되는 책갈피가 그림이랑 문구가 조금씩 조금씩 다 달라서 감탄감탄! 그 중에 딱 한개 고르느라 고민이 많았다.

잠꾸리랑 사쁘나는
각자 좋아하는 책을 싸짊어지고 와서
식탁 가득 펼쳐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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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사람이 와야 할 수 있는 공연입니다."

풉 :-)

7시에 시작하는 줄 알았던 내가 제일 먼저 도착 :-D 공연은 8시에 시작했다. 늘 8시쯤 시작하는데 오늘은 7시부터 시작해볼까 했다고. 하지만 역시나. 사람들은 하나둘씩 8시에 모여들었다.

느긋하게 기다리는 빈 시간이 좋았다. 엄청 호들갑 떨면서 마음껏 반가워하고, 차도 마시고, 얘기도 하고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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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나 꾸리샘이 앉은 곳에서 본 나랑 석환샘. 시작 전에 요만큼 떨어져 앉았는데, 시작하면서는 코 앞에 앉았다. 큰 식탁에 빙 둘러앉았다. '그래서 식탁의 노래구나!' 하고 알았다. 와서 눈으로 보고 같이 있고 나서야, 식탁의 노래가 어떤 느낌인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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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읽고 있는 사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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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치는 잠꾸리.​

페북보고 달려온 반가운 석환샘은 내 맞은편.
오늘 스타일 멋지다고 사쁘나가 무척 칭찬해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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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는 것. 안읽을 수 없는 것.

나랑 만났던 이야기를 써서 읽어준 사쁘나.
여름에 솔멩이 배움터 할 때, 나는 도서관에서 책장 조립하고 책정리하느라 너무너무 정신없었는데, 우리는 그 순간에 같이 있었다. 나를 관찰하고 우리가 나눈 이야기를 기록해줬다. 뭉클. 멀리있어도 만나러 오고 싶은 벗님이 여기 또 있다. 고마워서 눈물이 펑펑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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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쁘나가 선물로 준 김소연 시집. 내 생각하고 줄려고 챙겼다고 ㅠㅠ

"난 이 사람이 '여행을 다녀왔다' 고만 써도 너무 좋아! 무슨 말이 나올까 궁금해서."
사쁘나가 그랬다. 어웅, 떨린다. 천천히 찬찬히 읽을 요량에, 때를 벼르고 있다.

공연 끝나고 책얘기 하고 나서는 식탁에 놓여있는 책 중에 잠꾸리가 좋아하는 책, 사쁘나가 좋아하는 책이 어떤 건지 알아맞출 수 있게 됐다. 좋아하는 책이 사람을 닮아서 :-D
공연 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여기 모였던 책은 흩어져서 언제 돌아올 지 모르는데, 흩어지기 전에 주인과 함께 있는 순간을 눈으로 봐둘 수 있었네.

한달에 한번 공연한단다. 다음에도 시간되면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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