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유가 어디서 ABCD 노래 한줄을 배워왔다.

"에이비 찌찌 이 예푸지~"

특히 "찌찌"에다 힘줘서 노래한다.
노래부르면서 내 가슴팍에 달려들어
손을 쑥 집어넣고 찌찌를 호부작호부작 만진다 ㅋ

오늘은 싱글싱글 웃으면서 이런다.

"에이비 찌찌 엄마 예쁘지~
에이비 찌찌 이온유 예쁘지~
에이비 찌찌 한결이형아 예쁘지~
에이비 찌찌 둥​둥이형아 예쁘지~
에이비 찌찌 둥​둥이형아 아빠 예쁘지~
에이비 찌찌 둥둥이형아 엄마 보이이머 예쁘지~"

이렇게 길게길게 부르면서
계속 찌찌를 안놓는다는거 =_=;;;

'마주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도 귀여워  (0) 2015.10.21
온유 수수께끼  (0) 2015.10.16
별빛 라이딩  (0) 2015.10.11
아빠 때치  (0) 2015.10.09
온유 - 라면이랑 계란밥  (0) 2015.10.07

10월 6일 화요일. 밥 다먹고 일곱시 반이다. 아직도 겨우 일곱시 반이라니!!! ㅠㅠ

남편은 집떠나 휴가다. 나는 인문학강좌 처음 시작하는 날이라 준비하는 내내 긴장해서, 마치고 나니 체력이 바닥. 하지만 어린이들은 호랑이도 잡을 듯 기운이 펄펄 남아돈다.

'안되겠다! 요놈들 체력도 얼른 써버리고 일찍자자!'

밖을 나섰다. 한결이는 자전거, 온유는 유모차에 태워서 밤산책 간다. 셋 다 두툼한 겨울 잠바를 입었다. 걸을 만 하다.

'반딧불이 아직도 있나?' 이제 거의 안보이던데 추석 전 주에 한두마리 봤다. 뚝방길을 지나, 둥둥이네 집을 지나, 개울 옆 산허리를 지나는 농로를 가려고 마음먹었다. 가로등 없는 뚝방길을 별빛에 비춰보고 슬슬 간다.

소근소근 종알종알. 애들은 "어린이집에서 산책할 때 누가 뭘 어쨌다" 얘기해주다가, "마~법~천~자~ 무운~" 노래를 부르다가, "저기좀 봐. 괴물같애." 하다가, "멧돼지가 나오면 어떡하지?" 하다가, 별별 얘기를 다 꺼내서 종알종알 이야기를 이어간다.


삼송 정자 지나, 고모네 지나, 둥둥이네로 올라가는 언덕길.

둥둥이네서 물만 먹고 가려고 했는데 한결이가 형아를 너무 애틋하게 좋아해서 안가려고 한다;; 잠시 있는다는 게 눌러 앉아 한결이는 둥둥이랑 놀기 시작. 둘이 노는걸 온유가 덤벼들어 훼방놓지 않게 온유한테는 도깨비가 나오는 옛날이야기 그림책을 읽어줬다.

그러다 온유가 자동차 가지고 노는 동안 옆에 있던 "I sing you sing" 아카펠라 악보를 집어들었다. 보리언니는 잘 가지고 있구나. 솔뫼농장 여성회원들이랑 2년 전인가 3년 전에 마지막으로 연습한 아카펠라곡이다. 그때 그 엄청난 불협화음의 추억이 떠올라 팍 웃음이 나고, 같이 웃고 떠들던 시간이 애잔하기도 해서, 혼자서 가만가만 불러봤다. 아카펠라. 도전해본 것 만으로 무수한 이야기거리를 만들고 공동체에 활력을 준 이 재미난 음악놀이를, 언제 어디서 누구랑 마음 맞춰서 또 할 수 있을까. 혼성 아카펠라도 해보고 싶었다. 섭외를 시도한 솔멩이골 남성마다 모두 손사래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응답률이 0% ㅠ_ㅠ

문득 시계를 보니, 느닷없이 밤 열시가 되어 있다. 아이고 늦게까지 민폐를.

"태워줄까요?"
"아녜요 괜찮아요! 금방 걸어가요!"

씩씩하게 오던 길을 걸어서 집으로. 강아지형제는 누워서 가슴에 손을 모으고 하트 눈을 하고 "다음에 밤산책 또 하러 가자 ^^" 하고, 바로 떡실신.

'마주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온유 수수께끼  (0) 2015.10.16
에이비 찌찌 이 예푸지  (0) 2015.10.11
아빠 때치  (0) 2015.10.09
온유 - 라면이랑 계란밥  (0) 2015.10.07
온유그림 "고래"  (0) 2015.10.05

"아까 전에, 친구 집에서 술 많이 마셨다, 아빠가."

"어 그래? 아빠가 술 많이 마셨어?"

"응. 아빠 친구 집에서. 아까 전에 술 많이 많이 마셨다아?"

"많이많이! 아유, 그렇게 많이 마시면 어떡해."

"엄마가 아빠 엉덩이 때치때치해줘어~"

저녁 7시 45분. 늦은 낮잠을 자고 일어난 온유. 방금 잠깨서 눈을 반쯤 감은 얼굴로, 반쯤 잠긴 나지막한 목소리로, 두다리 쭉 뻗고 앉아서 우유 마시면서, 언제 아빠가 술마셨다고 엄마한테 이른다 ^^ 너무 웃겨서 요거 녹음해놨다.

+

이 얘기를 마치자마자, 오전에 침뜸모임 마치고나서부터 희웅이모네서 사람들이랑 술마시고있는 아빠가, 온유를 데리고 가려고 집에 도착했다. 그 집에는 한결이랑 요한이랑 네명의 형아들이 놀고 있다고, 온유도 같이 놀게 한단다.

온유를 안아올린 아빠. 온유는 눈가를 중심으로 얼굴 가운데가 불그스름한 아빠를 보면서 얘기한다.

"아빠, 친구네 집에서 술마셨지? 엄마가 맴매맴매 해야겠어."

아빠는 그냥 큰웃음.

"술마시고 차에 애들 태우지 마. 애들 태우고 와야 되니까 이제 그만마셔."

"애들은 민지씨가 태워다주기로 했다."

뭐, 그렇다면 안심.

'마주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이비 찌찌 이 예푸지  (0) 2015.10.11
별빛 라이딩  (0) 2015.10.11
온유 - 라면이랑 계란밥  (0) 2015.10.07
온유그림 "고래"  (0) 2015.10.05
한결이의 소박한 생일선물  (0) 2015.09.2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