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을 보고 눈을 마주치면서 이야기 할 때는 너무나 좋은 사람인데, 뒤돌아서 내가 없는 자리에서는 자기가 겪어보지도 않고 남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로 나를 험담하는 그 마음은 뭘까.

그렇게 말하고 나면 입으로 업을 쌓은 듯 죄스럽고, 가슴이 빈 듯 헛헛하지 않을까.

그 좁은 세계를 다만 불쌍하게 여겨야겠다. 세상에는 입을 통해 삶으로 내보낼 만한 고귀한 말이 얼마나 많고, 다른 이도 살리고 나도 살리는 말도 얼마나 많은데. 말 한번 할 때마다 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고민을 하지 않는걸까.


매일 하루씩밖에 주어지지 않는 그 귀한 생명의 시간을, 아무것도 바꾸거나 만들어내지 못하고 고작 남의 인생을 평가 하는데나 써버리고 있다는걸 스스로는 알까. 것도 직접 만나서 사실인지 물어보고 확인해보던지, 직접 의견을 말할 용기도 없이, 꼭 안보이는데서.

어쩌면, 뭔가를 바꾸고 더 나아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남이 하는 일을 말로 쉽게 쉽게 평가하는 그 자체가 쾌감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움직여서 세계를 바꾸는 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움직이지 않고 말로 평가하는건 마치 객관적인 비평을 하는 사람이 된 듯 기분이 삼삼하기 때문에. 남을 평가하면 할수록 옳고 그름을 밝히는 심판을 내린 듯 정의로운 기분에, 자신이 움직여서 새롭게 만들 수 있는 여지를 없애버리고 있는 건 모르겠지.

도마에 오르는 사람만 바뀌지, 늘 누군가를 평가하는 사람에게는 늘 평가할 대상이 필요하다. 그 눈으로 보면 다 그렇게 보일테지. 자기 자신에게도 관심이 없고, 이야기 나누고 있는 벗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고, 오직 자기 눈의 잣대로 남을 평가하는 말이 생각의 전부고 삶의 전부인 사람과 관계맺음은 얼마나 피곤할 것인가. 생각만 해도 축축 처진다.

이건 정말 불쌍한 일이다. 그 좁은 세계의 삶이 불쌍하다. 누구 하나 그 갇히고 막힌 그 상태를 다시 보게 도와주고 꺼내주는 벗이 없는 상태가 불쌍하다. 정말로 사랑하고 아껴주는 벗이 있다면, 한마디 한마디 나누면서 좀 더 가치있는 것을 만들어 내고 서로를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텐데. 사람이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고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데, 그 귀한 만남을 남의 인생이야기 하면서 일회용품 쓰고 버리는 것처럼 써버리고 말다니.

그 좁은 세계가 싫어서 도서관에서 새 관계를 만들고 싶었다. 목적없이 모여 남얘기 하기보다 뭔가를 배우면서 삶을 가꾸고, 그렇게 만나는 관계는 다를거라고 생각했다. 해보니 정말 그랬다. 공부하면서 만난 사람은 다르다. 자신을 잘 살피고, 매 순간 더 좋은 선택을 고민하는 삶으로 자기를 이끈다. 그래서 목적없이 모여도 이야기가 길을 잃지 않는다. 이야기가 길을 좀 잃어도 괜찮다. 그저 유쾌하다. 삶을 대하는 유쾌한 마음과 유쾌한 행동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유쾌하다. 힘들어하는 고민조차도 유쾌하다.


그러고 보면 나는 얼마나 다행인지. 나는 뻔한 관계안에서 뻔한 사람이 되지 않게 서로 깨어있자고 응원하는, 서로의 삶을 알아주는, 가슴이 뜨거운 벗이자 스승이 있다. 뻔한 말을 하지 않게 가르쳐주고 지적해주는 벗이자 스승이 있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시간이 모자르고 대화가 점점 깊어지는 벗이자 스승이 있다.

그러니 나는 다만 나의 삶을 살자. 나는 그러지 말자. 내게 다가오는 물음에 성실하게 응답하고, 사람 자체를 좋아하고, 내가 만나고 있는 지금 내 눈 앞의 사람을 귀하게 여기면서 재밌게 재밌게 살아야지.


내 언어가 내 삶.
내 삶의 초점은 다르게 맞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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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면 초등학교 재능기부 방과후 교실.



오늘은 여섯번 중에 네번째 수업. 나는 반주.
은정언니가 동요를 골라오고, 아이들이랑 부른다.
아이들은 꽤나 집중해서, 신나게 부른다 :-D
아이돌 댄스도 척척 따라하는 애들이
동요를 시시해하지 않아줘서 고맙다.

+

지브리 애니메이션 "벼랑위의 포뇨" 노래가
짧고 경쾌하고 엄청 재밌다.
온유한테도 불러줬더니
포뇨 대신 자기 이름 넣고 생글거리면서 부른다 ^^

"포뇨 포뇨 포뇨 아기물고기
저 깊은 바다에서 찾아왔어요
포뇨 포뇨 포뇨 오동통통
뽈록한 배에 예쁜 물고기"

"아녜요 포뇨는 못생겼어요!
못생긴 물고기에요!
진짜 못생겼어요!"

1,2학년 남자애들이 부르고 나서 한바탕 아우성을 쳤다.

'아니 요 콩만한 녀석들이
대체 못생긴걸 어떻게 알고!
뭘보고 못생겼다고 하는거지!'

한참 웃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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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짝에 사는 즐거움 :-D



언덕길 밤나무 밑을 지날 때마다 호주머니 양쪽이 불룩하게 주워온다. 알은 작지만 하루치 밥에 넣어먹을 만큼으로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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