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일 화요일. 밥 다먹고 일곱시 반이다. 아직도 겨우 일곱시 반이라니!!! ㅠㅠ

남편은 집떠나 휴가다. 나는 인문학강좌 처음 시작하는 날이라 준비하는 내내 긴장해서, 마치고 나니 체력이 바닥. 하지만 어린이들은 호랑이도 잡을 듯 기운이 펄펄 남아돈다.

'안되겠다! 요놈들 체력도 얼른 써버리고 일찍자자!'

밖을 나섰다. 한결이는 자전거, 온유는 유모차에 태워서 밤산책 간다. 셋 다 두툼한 겨울 잠바를 입었다. 걸을 만 하다.

'반딧불이 아직도 있나?' 이제 거의 안보이던데 추석 전 주에 한두마리 봤다. 뚝방길을 지나, 둥둥이네 집을 지나, 개울 옆 산허리를 지나는 농로를 가려고 마음먹었다. 가로등 없는 뚝방길을 별빛에 비춰보고 슬슬 간다.

소근소근 종알종알. 애들은 "어린이집에서 산책할 때 누가 뭘 어쨌다" 얘기해주다가, "마~법~천~자~ 무운~" 노래를 부르다가, "저기좀 봐. 괴물같애." 하다가, "멧돼지가 나오면 어떡하지?" 하다가, 별별 얘기를 다 꺼내서 종알종알 이야기를 이어간다.


삼송 정자 지나, 고모네 지나, 둥둥이네로 올라가는 언덕길.

둥둥이네서 물만 먹고 가려고 했는데 한결이가 형아를 너무 애틋하게 좋아해서 안가려고 한다;; 잠시 있는다는 게 눌러 앉아 한결이는 둥둥이랑 놀기 시작. 둘이 노는걸 온유가 덤벼들어 훼방놓지 않게 온유한테는 도깨비가 나오는 옛날이야기 그림책을 읽어줬다.

그러다 온유가 자동차 가지고 노는 동안 옆에 있던 "I sing you sing" 아카펠라 악보를 집어들었다. 보리언니는 잘 가지고 있구나. 솔뫼농장 여성회원들이랑 2년 전인가 3년 전에 마지막으로 연습한 아카펠라곡이다. 그때 그 엄청난 불협화음의 추억이 떠올라 팍 웃음이 나고, 같이 웃고 떠들던 시간이 애잔하기도 해서, 혼자서 가만가만 불러봤다. 아카펠라. 도전해본 것 만으로 무수한 이야기거리를 만들고 공동체에 활력을 준 이 재미난 음악놀이를, 언제 어디서 누구랑 마음 맞춰서 또 할 수 있을까. 혼성 아카펠라도 해보고 싶었다. 섭외를 시도한 솔멩이골 남성마다 모두 손사래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응답률이 0% ㅠ_ㅠ

문득 시계를 보니, 느닷없이 밤 열시가 되어 있다. 아이고 늦게까지 민폐를.

"태워줄까요?"
"아녜요 괜찮아요! 금방 걸어가요!"

씩씩하게 오던 길을 걸어서 집으로. 강아지형제는 누워서 가슴에 손을 모으고 하트 눈을 하고 "다음에 밤산책 또 하러 가자 ^^" 하고, 바로 떡실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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