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송이 하나가 작은 것도 어른 남자 엄지손가락 큰마디 하나보다도 큰 함박눈이 나리더니, 잠깐 사이에 눈이 수북수북 쌓였다. 커다란 눈송이. 눈은 다 이런 줄 알았다. 강원도라야 볼 수 있는 거였다. 드디어 속초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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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전에 <따끈따끈 빵 이야기>란 책을 읽는데 그림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빵들을 보며 "우리 빵집으로 나들이갈까?" 했더니 온유 하는 말, "우와~ 너무 좋아서 두근두근한다." 합니다. 감성 충만 온유씨에요. ^^

2016.1.27 송면어린이집 연락장. 솔바람 선생님.


엄마 닮아서 예쁜 말을 하는 ^^ 온유도 이쁘고. 순간 지나가는 예쁜 표현을 놓치지 않고 기억했다가 적어주는 선생님이 정말 대단하다. 솔바람 선생님 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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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에 보낼 이불 빨래를 할 차례에 세탁세제랑 섬유린스가 똑 떨어졌다. 머리 감는 린스도 떨어졌다. 떨어져가는거 알고 있었는데 목요일부터 과천에 가있다가 토요일 저녁에 왔고, 한살림 매장은 주말 지나야 열고, 오늘이 월요일. 마침 남편 청주가는 길에 이 얘기를 하고, "한살림에서 액상세제 리필이랑 섬유유연제 리필(늘 쓰는 것), 탈모 린스(지금 쓰고 있는 것)" 이렇게 세가지를 부탁했다. 결과물은 마트에서 사온 합성섬유유연제와 민감성 샴푸.

이 사건이 지금 우리가 하는 소통의 정확한 모습인 것 같다. 뭘 말했는지 확인하지 않는다. 무엇 때문에 무엇이 필요한 건지 얘기해도, 대충 흘려듣고 대답도 하지 않는다. 원하는 것을 알아주는 데에 마음을 쓰지 않는다. 굳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문자 여러번 보낼걸. 전화 여러번 할걸. 그럼 결과는 달랐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던, 그렇게 하지 않았던, 구차함을 견디지 못하는 내가 어쩌면 범인일수도 있겠다. 필요한 것 하나도 제대로 얻지 못하는 상황을 내가 만들었을 수도 있다.

언제부턴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부탁하는 내가 아니게 되었다. 웬만한건 스스로 스스로. 기미가 보였을 때 알아서 하고 알아서 채워넣어야 한다. 그러다 어쩔 수 없이 부탁을 하게 되면, 일이 이상해진다. 안그래도 알고 있는 관계의 온도를 또 다시 확인하게 된다. 결국 내가 하지 않은 죄고 나의 죄. 그래서 다행이다. 이제는 정말로 나밖에 없고, 쭉 내가 하면 된다. 내가 스스로에게 부탁하면 된다. 아직 머리카락이 평범하게 남아있을 때 새 시간이 시작이라 얼마나 다행이야.

이 사람도, 기억도 안나고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부탁에 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살게 해줘야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딱딱한 얼굴을 쓰고 있는, 아이들을 끌어안으면서 활짝 웃는, 사람들을 만나서 웃고 있는, 극과 극을 오가는 서로를 보는 괴로움에서, 동시에 풀려나야지. 이 관계가 서로의 삶을 도와서 힘껏 꽃피우지 못하고 서로를 시들게만 한다면, 각자가 스스로 꽃피울 수 있는 길로 삶의 방향을 바꾸는게 맞는 것 같다. 원래 가진 착한 심성대로 착하게 살고 자유로운 영혼대로 자유롭게 살도록 봉인을 해제시켜주어야지.

애교애교 설레발 꽃씨가 빙하기를 만나 마음 속에서 웅크리고 겨울잠자고 있는데, 살아있나 모르겠다. 냉해를 입지 않고 무사히 살아남아서 따뜻한 봄을 만나면 딱딱한 얼굴껍질을 뚫고 깨어나면 좋겠다. 발랄발랄 생글생글 웃으면서 알콩달콩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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