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유가 요새 즐겨 하는 놀이. 내 멱살을 잡아 앞으로 쭉 잡아당기고, 옷이 벌어진 틈으로 고개를 쑤욱 집어넣고 엄마 냄새를 "흐으읍 하- 흐으읍, 하-" 하고 맡는다.

"온유야 무슨 냄새 나?"
"엄마 찌찌, 포도 냄새! 사탕 냄새(타탕 냄태)!"


요놈, 찌찌 먹을 때처럼 황홀한 표정 :-D
온유한테도 젖냄새도 아닌 것이, 지금도 달콤한 아기 살냄새가 난다. 우리는 공생관계다. 온유가 내 냄새를 맡으러 왔을 때 나도 온유 냄새를 빨아들이고는, 둘 다 황홀해진다 :-D

+

속초에 와서 목욕탕에 다녀왔다. 또 온유가 달려들어서 멱살을 잡아 당겨 냄새를 맡는다. 이번에는 얼굴을 찌푸리고 코를 싸쥐고

"윽! 똥냄새~~~~ 고약해~~~"

'싫다' 중에 최고로 격한 표현이 나왔다 ㅋ 평소에는 향 없는 비누를 쓰는데, 속초 왔다고 울엄마 목욕바구니에 있는 바디클렌저를 썼더니 그런다. 평소 경험하지 못한 화려한 향기가 너무 싫은가보다.


+


이렇게 내 냄새를 좋아하는 생명체라니. 누가 나를 이렇게 사랑해줄까. 내 삶에 이런 기적이, 이런 행운이, 이 때가 지나면 두번 다시 없을 것 같다. 몇년 더 크면 큰 형아가 되어서, 냄새를 맡으려고 하기는 커녕 뽀뽀도 안해주고 안아주지도 않고 가까이 오려고 하지도 않을테지.

설연휴 일주일 내내 엄마랑 같이 있으면서 밤낮으로 신나게 엄마 품을 킁킁킁 파고든 온유. 찌찌냄새 맡고 도망가는걸 붙잡아서 꼭 끌어안고, 이마며 턱이며 코며 볼을 깨물고 뽀뽀를 퍼부으면, 꺅꺅 웃으면서 버둥버둥 온 몸을 뒤트는 온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쭈욱 정말 혼자만 있게 되었을 때, 내가 낳은 기적의 생명체와 닿은 순간의 따뜻한 온도와 부피와 감촉과 맛과 냄새와 소리가 문득 문득 문득 문득 떠오를 것 같다. 나는 그때마다 많이 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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