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식의 모든 행사를 마치고 한결이는, 함께 입학하는 친구 일곱명 중에 같이 놀아보지 못한 유일한 친구인 정우한테 다가가서 말했다.

"우리, 달리기 할까?"

한결이의 이 마음이 아슬아슬한 희망이구나, 했다.

학교에서는 즐거운 입학식을 만들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한 것 같다. 인사말도 의례적이지 않았고, 공연도 하고, 미리 써둔 플랭카드를 펼쳐서 표어도 외쳤다;; 신입생들은 선물도 받았다. 준비하느라 시간도 많이 들고 애들도 선생님도 애썼겠다.

한편으로. 국민의례,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에 교가, 앉아있어야 하고, 움직이면 안되고, 시키지 않으면 말하면 안되고, 시키면 대답해야 하고, 그저 듣고 있어야 하고, 재미있지 않은 노래를 외워야 하고 불러야 하고, 하고 싶은 것을 못하는 과정이 영 불편했다. 입학식때 잠깐 겪은 건, 이제부터 시작일 잠재적 교육과정의 아주 일부분일 뿐이겠지만, 그 잠시도 그 조금도 나는 불편했다. 위계. 질서. 가만있으라. 이 수직의 사회 구조에 아이를 넣는 =_= 하루 하루가 보이는 듯 했다.

정성스레 준비해서 축제처럼 보낸 입학식이 고맙고, 동시에 그럼에도 없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그 속에서 내 아이가 살아남기를 빈다. 사람을 좋아하고 친구를 만드는 힘이, 사람을 사람으로 안보고 구조안에 눌러놓는 몹쓸 상황일수록 잡초처럼 질기고 튼튼하게 살아남아서, 풀뿌리처럼 번지면 좋겠다. 지금처럼, 누군가에게 다가가서 "우리, 달리기 할까?"하고 밖으로 달려나가서 같이 노는 친구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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