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 :

엄마! 밥 안먹고 꿈터선생님네 집까지 막 뛰어가는 걸
뭐라고 하는지 알아?

나 :

모르겠는데 @_@ 뭐야 뭐야?

한결 :

그건 바로, 데이트야!
데이트를 하면 이렇게 돼.
(배와 볼에 힘줘서 홀쭉볼 홀쭉배를 만든다)



다이어트다 ㅋㅋㅋ
데이트를 해도 홀쭉해지긴 하지만;;;
어떻게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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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권샘이 월요일마다 장애인 노들야학에서 하는 인문학 강의를 마치고 나서, 병권샘이랑 박카스샘이랑 수업 따라간 나랑, 노들야학에서 일하는 미영샘 이렇게 넷이서 저녁을 먹었다.

혜화에서 제일 눈에 띄지 않은 곳에 일부러 숨어있는 것 같은 아주아주 작은 '잣골' 식당을, 골목골목 돌아서 꼬불꼬불 길로 찾아갔다. 가난한 연극인들이 잘 가는 식당이라고 한다.

식탁도 아주 작아서 넷이 다닥다닥 정겹게 붙어 앉았다. 황태해장국 셋에 선지국 하나, 소주 한병을 시키고 폭풍 수다 ^^

"민경샘 오늘 어땠어요?"
"어... 시끌시끌 했어요. 활기찼어요! +_+ 그리고 병권샘이 질문할 때, 다들 답에다가 농담을 한마디씩 더 붙이더라구요. 그래서 다같이 와락 웃고 와락 웃고. 그게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제가 어디 가면 이뻐서 막 주목받는 편인데 (샘들 피식 웃음) 오늘 야학 온 분들이 절 별로 안쳐다보더라구요. 원래 같이 있던 것 처럼 마음 편했어요."

휠체어를 탄 사람도, 침대에 누운 사람도, 목발 짚은 사람도 많다. 와글와글 많은데 한사람 더 온 것이 뭐 그리 대수롭겠나. 처음 온 나도 그 틈에 스며들 수 있어서, 받아주어서, 고마웠다.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듣기만 하는 강의가 아니었다. 병권샘은 대답하기 만만한 질문을 지루할 틈이 없이 계속 던진다. 다들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하고, 농담도 하고, 속에 있는 생각도 탁 털어놓는다. 몸이 조금 불편할 뿐,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고 북돋우는 자리였다.

'이런 자리가 사람의 마음을 살리겠구나.
나라도 수업에 빠지고 싶지 않겠다.'
감히 감탄했다.

소주 한병 시키고 셋이 먹으면, 소주 두세잔에 알딸해지는 요 정도가 딱 좋다는 병권샘.
나도 옆에서 막 넘좋다고 넘좋다고 설레발 ^^

옛날에 수유너머가 혜화에 있었을 때, 술국 하나에 소주하나 시키면 6천원이었는데, 가난한 연구원 셋이 먹기 딱이었다고. 맨날 그렇게 셋이 가서 육천원어치만 먹으니까 식당 아주머니가 "징하다!" 했단다 ㅋ

미영샘은 다시 노들야학에 들어가고, 샘들이랑 수유너머R 연구실로 돌아오는 길에 남대문시장에서 한개 천원하는 꿀호떡도 냠냠 먹었다.

유리상이 호떡을 좋아한단다. (유리상은 일본에서 유학와서 연구실에서 같이 공부하고 있다. 솔멩이골 작은도서관에도 박카스샘이 스피노자 강의할 때에 같이 왔었다.) 야학에 같이 갔다가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늘 사먹는다는 꿀호떡. 한번은 안먹고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 사실 무척 먹고 싶었던가보다. 참다 참다 찻길 건너서 버스타기 직전에 "저, 호떡...." 하고 이야기했다고. ^^ 오던 길 도로 돌아가서 사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먹으니 더 맛있었다.


그런 이야기가 너무 재미나고, 같이 밥먹고 얘기한 시간을 잊고싶지 않아서, 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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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쁘띠디아블 2014.12.24 12:45 신고

    .. 나는 왜 이걸 읽고 맴이 아플까요..

    • 솜사탕 연필 2014.12.25 02:09 신고

      역시 보리언니! 어쩜 일케 잘 봐요. 살아있는 글읽기다! :-D
      잊고 싶지 않아요. 잊고 싶지 않은 것이 많이 생겼어요.


"할부지요
그기 뭐요
당최 어드로 가지 말아요
마카 갖다줘요...."

생각지도 못한 강원도 사투리가 흘러나와 깜짝 놀랐다. 연기자가 배워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었다. 우리 이모 삼촌 외삼촌 외숙모 할머니 할아버지 사촌언니 사촌오빠를 만나면 늘 듣던 그리운 말소리. 진짜 강원도 말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도 물렁물렁 울렁울렁해졌다.

어린이 내복의 의미를 알게 되면서부터 하....
"시장가면 많은데 사주지도 못하고.. 이렇게 예쁜데..."
울음이 속 깊은데서부터 터지기 시작했다. 세살 여섯살. 내 새끼들의 나이다. 할머니가 나같고 내가 할머니 같았다. 울음이 저절로 잦아들 때까지 기다리다가 영화관에서 탈진할 뻔 했다.
혼자 오길 잘했다. 보러 오길 잘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할아버지 노래소리가 흘러나오고, 사람들이 끝났네 하고 우르르 나갔는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할머니도 수줍게 노래를 시작하는데 아ㅠㅠ
"당신을 사랑해요.. 사랑해요.."

둘러보니 그 많던 사람 중에 할머니 노래를 들은 사람은 늦게 나간 부부랑 나밖에 없네. 보러 갈 분은 엔딩 크레딧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듣고 자리를 뜨기를.


2014.12.23 충무로 대한극장 오후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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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모감독 인터뷰 중.
(페친 정신님이 알려줬다)

"할아버지 건강은 똑같은 변수였다. 그래서 중단될 수 있었는데, 우리를 구출한 건 할머니다. 할머니께서 할아버지가 아프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내복을 사러 가셨고, 그걸로 다른 세계를 열어버린 거다. 할머니로서는 죽음이라는 게 생명이 단절되고, 관계가 끊어지는 게 아니었던 거다. 이별이 사랑의 한 과정으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미 생각이 있으셨고, 영원한 사랑으로 가는 중간지점 또는 중간다리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였다. 그걸 우리한테 보여줬던 거고, 우리는 죽음을 준비하는 게 어떤 것인지 본 거다."

http://tenasia.hankyung.com/archives/397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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