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혹은 예술가는,

혹은 주체적 근대인은,

혹은 글을 쓰려는 사람은,

혹은 공부를 하려는 사람은, 


언제나

'단독자'로 존재해야 합니다.

가족 연인 친구 동료 들 속에 있을 때조차 

단독자로서 존재해야만 비로소 자유로운 자기만의 사유가 가능합니다.


제가 볼 때

저 자신을 비롯해서 우리 모두, 

단독자, 즉 "스스로 자유롭게 생각하는 자아"로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가족 연인 친구 동료 속에서 의존적으로 존재합니다. 

아니면 대중매체에 의존적으로

존재합니다.


이것이

대중이 기생하는 

가장 일반적인 두 일례 같습니다.


하나는

가족 연인 친구 동료 들과 

시시콜콜 감정과 사생활을 교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우정이니 사랑이니 가족애 등으로 미화시킵니다.

사실은 스스로의 자유, 고독, 생각할 시간, 세계와 대면할 시간, 모험할 기회 등으로부터 도피하는 것이면서 말이지요...


또하나는

텔레비전을 보거나 신문을 보거나

스마트폰 특히 SNS, 아니면 영화를 보러 가면서

자신이 의미 있는 참여를 하고 있다고 착각하거나 미화시킵니다.

분명히 어떤 의미에서는 의미 있는 시간입니다.

가령 텔레비전에서도 좋은 프로를 많이 하고, 영화도 예술작품인 경우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 자신의 경우를 가만히 관찰해 보면, 

시스템에 종속되는 순간입니다.


시스템 밖에서

책을 읽거나 습작을 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구름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는 것만 못합니다. 

혼자 스스로 100% 자율적으로 존재하는 상태로서

움직이는 게 아니어서, 자기 자신을 

그만큼 소진하게 만들거나 대중적 관점에 머물게 하거나

타성에 젖게

만듭니다.


단독자로 존재하려면

먼저 이것들로부터 일정 부분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미적 거리를 확보하지 않은 모든 소모적인 친근한 거리는 서로를 망가뜨립니다. 



+


소모적 관계가 되지 않기 위해서

단독자로서의 공부는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기 자신과 좋은/자율적 관계를 맺지 못한 사람은 타자와도 결코 좋은/자율적 관계를 맺을 수 없습니다.



+



어떤 사람은 

이런 일상언어를 거의 삼가하고 

오로지 좋은 책과 대화를 나누는 길을  택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이런 일상언어를 그대로 누리면서도 열심히 틈틈이  좋은 책과 대화를 나누는 길을 갑니다. 

또 어떤 사람은 이러 일상언어 자체를 보다 재치있게 의미심장하게

변형시켜 문장 만들기를 일상에서

직접 시도하지요.


아무튼

일상언어는 

그 자체로는 재밌지만 

(가족이랑 연인이랑 친구랑 동료랑 티격태격 실없는 대화 나누는 재미만큼 재밌는 놀이도 없긴 하지요!)

척박합니다. 


반드시

더 좋은 생각문장을

공급 받아야 합니다. 더 좋은 책을 통해서든,

혼자만의 단독자로서의 생각하기와 습작하기를 통해서든,

아니면 일상언어 자체를 보다 매력적인 문장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을 통해서든

새로운 더 좋은 생각문장을 찾으면

그만큼 더 좋겠지요.




- 만교샘, 글쓰기공작소카페 열화.






나도 계속 읽고, 벗님들한테도 보여주려고 만교샘 허락 받고 여기 담아왔다.

단독자, 미적 거리, 더 좋은 생각문장 찾기.


"혼자만의 시간만큼 좋은 관계가 만들어진다는 역설!

혼자 있을 줄 아는 사람만이, 사람들을 만나도 부대끼지 않고

자유롭게 비로소 만날 수 있는 역설을

누리는 시간이 되기를...!"


눈물이 핑 돈다.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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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공작소 수업시간에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영화 "잠입자"와 "솔라리스" 이야기가 나왔다.


잠입자가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나도 모른다" 를 말하고 있다면, 그 다음편 솔라리스는 이렇다. 솔라리스는 1972년작이고 유명한 SF 영화라고 한다 +_+




 

솔라리스라는 행성을 조사하러 간 팀에 문제가 생겨서 주인공이 파견되어서 해결하러 가는데, 도착해보니 과연 우주선 안에 탄 사람들이 제각각 기이한 것을 보고 기이한 말을 한다. 주인공에게도 기이한 일이 생기는데, 사방이 닫힌 방 안에서 자고 일어나니 예전에 죽은 약혼녀가 곁에서 자고 있는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정하면서 우주에다가 버리면 다음날 다시 돌아와 있다. 약혼녀도 '나는 죽었던 사람. 여기 있어서 안되는 사람'이라는 자의식이 있어서 자살을 시도한다. 그래도 다음날 눈을 뜨면 다시 살아있다. 약혼녀가 스스로 온 몸에 자해를 해도 상처가 금방 낫는다. 어떻게 해도 소용없는 걸 알고는 어느새 서로 기대고 안아주는, 세상에 다시 없을 기적같은 순간을 보내기도 한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답은 솔라리스와 심연이다. 솔라리스 행성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였다. 자기에게 다가온 생명체의 무의식을 읽어서 그 마음 깊은 곳에서 원하고 있는 것을 선물로 준 것이다. 죽은 약혼녀에 대한 그리움이 주인공의 심연에 내내 자리잡고 있던 것이다.


"이 세계는 네가 가장 원하는 그것을 완벽하게 돌려준다."


얘기 들으면서 눈물콧물을 후둑후둑 쏟았다. 소매에다가 닦았더니 까만 옷 소매가 번들번들;;



그렇네. 내가 보내는 하루의 시간, 내 시선과 말과 행동과 선택으로 구성된 이 세계는,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보여준다. 내가 원하는 건 아마도 연결.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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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에는 20대 초반 청년들이 눈에 띄게 많이 보였다. 차샘 찾느라 세종대왕 동상에서 이순신장군 동상까지 물길 밟으면서 가는 동안 보니, 청년이 거진 반은 되는 것 같았다. 애띤 얼굴. 얼굴에도 옷에도 멋을 조금 내기 시작한 애띤 얼굴. 그 애띤 얼굴들이 사방에서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쓰고, 소나기 아닌 장마처럼 내내 쏟아지는 장대비 속에 서있었다. 그래서 달랐나. 여태까지 있어본 집회랑 좀 달랐다. 이제는 정말로 가만있지 않겠구나 싶었다. 이 스무살들은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그 후년에도 새롭게 더해져서 나타나, 가만히 잊혀지고 덮어두게 하지 않겠구나 싶었다.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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