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자고 씻는 생활시간 빼고는 읽고, 쓰고, 듣고, 외우고, 걷는다. 여기서 하나 더 바라면 도깨비가 나타나 은표주박에 싹 담아 걷어갈까봐 두려울 정도로, 충분하고 꽉 차있다.

"충만하다!" 하자마자 구멍이 보이기도 한다. 조금 외로운 것 같고, 돈을 벌어야 할 것 같고, 아이들은 잘 지내는지 등등, 보기 시작하면 보이는 것 마다 구멍이겠다. 채울 수 없는 부분을 아예 없는 것으로 할 수는 없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생각의 시작을 바꾼다. 결핍을 볼 수 있어도 보지 않기로, 이 생활에 다만 감사하고 성실하기로 마음먹는다. 일해서 밥먹고 살 수 있으면 읽고 쓰고 걸으면서 배워나가는 지금처럼 살고 싶다. 그러니 나중에 언제 돌이켜보아도 지금이 최고다. 팽팽한 현재다.

글쓰기 공작소 인간과사회 마지막 수업에서 마르케스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텍스트를 분석했다. 엄청난 비극속에서도 품위와 유머를 잃지 않는 대령의 삶의 자세를 만나면서 '공부하고 있어서 너무 좋다-!' 했다. 그 순간이 팽팽한 현재. 그 기억을 불러내어 일기 쓰는 지금이 팽팽한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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