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작소 수업시간에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영화 "잠입자"와 "솔라리스" 이야기가 나왔다.


잠입자가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나도 모른다" 를 말하고 있다면, 그 다음편 솔라리스는 이렇다. 솔라리스는 1972년작이고 유명한 SF 영화라고 한다 +_+




 

솔라리스라는 행성을 조사하러 간 팀에 문제가 생겨서 주인공이 파견되어서 해결하러 가는데, 도착해보니 과연 우주선 안에 탄 사람들이 제각각 기이한 것을 보고 기이한 말을 한다. 주인공에게도 기이한 일이 생기는데, 사방이 닫힌 방 안에서 자고 일어나니 예전에 죽은 약혼녀가 곁에서 자고 있는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정하면서 우주에다가 버리면 다음날 다시 돌아와 있다. 약혼녀도 '나는 죽었던 사람. 여기 있어서 안되는 사람'이라는 자의식이 있어서 자살을 시도한다. 그래도 다음날 눈을 뜨면 다시 살아있다. 약혼녀가 스스로 온 몸에 자해를 해도 상처가 금방 낫는다. 어떻게 해도 소용없는 걸 알고는 어느새 서로 기대고 안아주는, 세상에 다시 없을 기적같은 순간을 보내기도 한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답은 솔라리스와 심연이다. 솔라리스 행성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였다. 자기에게 다가온 생명체의 무의식을 읽어서 그 마음 깊은 곳에서 원하고 있는 것을 선물로 준 것이다. 죽은 약혼녀에 대한 그리움이 주인공의 심연에 내내 자리잡고 있던 것이다.


"이 세계는 네가 가장 원하는 그것을 완벽하게 돌려준다."


얘기 들으면서 눈물콧물을 후둑후둑 쏟았다. 소매에다가 닦았더니 까만 옷 소매가 번들번들;;



그렇네. 내가 보내는 하루의 시간, 내 시선과 말과 행동과 선택으로 구성된 이 세계는,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보여준다. 내가 원하는 건 아마도 연결.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연결.




'책갈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래하는 행복  (0) 2016.05.13
단독자로 존재하기 - 만교샘  (2) 2016.04.19
마루야먀 겐지, 고립과 불안정으로.  (2) 2016.04.11
논어 암송숙제 - 학이편  (0) 2016.03.25
글자를 아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0) 2016.01.2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