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 사람만 있으면 될 것 같은 까마득한 기분,
그 사람 손가락 하나 다친게 속상해서 눈물이 솟던,
차 안에서 아무 얘기에 웃으면서 모르는 길을 달리던,
언제 볼 수 있을까 정신없이 일하면서도 기다리던,
밤공기에 같이 천천히 걷던
그런 기분들이 생각나는 걸 보니
가을타고 있나보다 으악

열심히 좋아한 덕분에
가을마다 기분기분 열매를 거두네.
하도 풍성해서
다시 떠올려보느라 바빠 심심할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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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퇴근하고 

동네주민 면샘이랑 아기님을 만나서

커피를 손에 들고 슬슬 걸었다.


+


세상에, 

면샘 가슴팍에 

작은 사과 한알이 열려있는 것 같았다.


발이 5-6센티, 주먹은 3센티 ㅠ_ㅠ

3밀리 콧구멍으로 숨을 쉴 수 있단 말인가,

입도 요만하고 ㅠ_ㅠ


그렇게 얇은 머리카락이! 

얇으면서 곱슬거릴 수가 있다니!


너무 작은 생명체에 놀라서 얼었나,

헤어지고 나서 뒤늦게

심장이 크어윽 ㅠ_ㅠ


+


세달 반만에 본 면샘이 너무 반가워서 

못 헤어지고 집까지 쫓아 들어갈 뻔 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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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즐거움 중 하나는

함께 있을 지 아닐 지 알 수 없더라도

가깝거나 먼 미래에 대한 약속을

잔뜩 뿌려놓는 것이 아닐까 한다.

뭘 하고, 뭘 먹고, 어디를 가고, 뭘 읽고 등등.


그렇게 심어놓은 이야기들이

어떤 계기와 마주치면

전혀 예상치 못한 시공간에서 깨어나

지난 시간을 길어올린다.


이야기를 나누던 순간이 떠오르고

목구멍과 명치끝이 뻐근해진다.


이게 좋은 건지 괴로운 건지

잊히지 않는 건지 잊지 않으려는 건지

잘 구분할 수는 없지만,


어떤 관계와 시간이 분명히 있었고

없던 일이 아니라는 것.

그 앞에 있던 수많은 갈래길에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


혼자 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같이 있어서 생긴 일들이라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신기하기도 하다.


아직 때가 오지 않은 말들이

길가에 핀 꽃처럼 기다리고 있겠고

마주칠 때마다 번번이

좋은지 괴로운지 알 수 없는 뻐근함에 시달리면서

분명히 있었던 시간을 떠올리겠다.


나는 여기에 있고

늘 사랑하고 있다.

그리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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