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춘나래도서관 앞으로 이사온지 2주차.

40층에서 2층으로,

원룸에서 방 두개에 거실이 있는 새로 지은 빌라로 이사왔다.


사는 곳이 달라져서

생활 전반에 하나부터 열까지 소소하게 변화가 있는데

이 소소함이 모여서 편안한 일상이 되고 있다 :-D


+


일단, 방이 거실이랑 따로 있어서

순식간에 잠자는 모드로 진입할 수 있다.


회사 일이 너무 많아서 매일 파김치인 것도 있겠지만

더 놀고 싶어서 용을 쓰다가도, 집안일이 눈에 보여도,

일단 자는 방에 들어가면 나른해진다.


밤에도 낮에도 주말에도 

잠자는 방에만 들어가면

잠이 쏟아지는게 함정.

책을 읽을 수가 없다 ㅋ


+


아침에 현관을 나서면 

계단 하나만 내려가면 바로 밖이 나온다.


층마다 서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고통받으면서

셔틀을 타지 못할 경우 다음 교통편을 검색하던

그 몇 분의 시간이 사라지고

일단 버스정류장까지 별 생각없이 10분 걷는다.


버스 시간 일정치 않고 환승도 해야 하지만.

퇴근하고 집에 오는 시간도 40분 더 늘었지만.

어쨌든 정류장까지만 가면 그 다음이 생긴다.


건물 밖으로 나가는 단계가 뭐라고

이거 하나는 마음대로 되는 것이 뿌듯하다.


+


창 밖이 산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눈 닿는 끝이 산이다.

봉재산.


고기잡이 배가 왔다갔다 하는 바다랑 섬을 보다가

갑자기 2주 전부터 산을 보고 있다.


뒷산에 매미랑 새가 어느 시간이 되면

다같이 우와아아악 소리를 시작해서

아침이구나 한다.


다들 이렇게 극과 극인 풍경을 보면서

이사다니지는 않을 텐데 ㅋ


+


부지런한 이웃이 윗층에 산다.

윤작가라고 하겠다.


정말 씩씩하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이라

나도 그 일상의 파도 언저리에서 함께 찰랑인다.


쓰레기를 언제 버려야 하나 

장을 어디서 보나 궁리하고


놀러와서 같이 피아도도 연탄으로 치고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마이크 연결해서 노래도 하고

(4살 꼬맹이가 '니가 왜 거기서 나와'랑 '찐이야'를

마이크 제대로 잡고 부르는데 웃기고 귀여워서 쓰러짐 ㅠ)

마테 꺼내 다이어리에 붙이고 그림도 그렸다.


윤작가의 호기심 덕분에

파묻어둔 자잘한 취미를 꺼내서

먼지를 털어보게 된다 :-D

오늘은 빵도 구울 예정이다.


요새 왜 일기 안 쓰냐고 질문을 받아서

느그적 느그적 이렇게 

일기도 쓰고 있는 것이다 ㅋ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에 뿌려놓은 약속으로  (0) 2020.09.17
맛있는 커피는 수액과 같아  (2) 2020.08.31
야근이 선물한 뜻밖의 컨디션  (2) 2020.07.24
언젠가 밴드  (0) 2020.07.20
하루에 하나만 계획  (2) 2020.06.2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