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유가 엄마한테 책 만드는 기계가 있는 걸 알고
책을 만들겠다면서 주말에 열심히 웹툰을 그렸다.

아침에도 그림 그리려고 일찍 눈 뜨고
밤에 자기 전에도 열심히 그려서
이틀동안 총 4화 분량, 네 권을 만들었다.
이사하면서 링제본기 처분했으면 어쩔뻔 :-D

온유 작가님이라고 불러드렸다 ㅋ
옆에서 영상편집하는 한결이는
한결 피디님이라고 불러드리고 ㅋ

제목은 “왕따의 진화” 1~4화.

친절하게 주의사항도 표기해줬다 ㅋ
표지 모음. 당하기만 하던 주인공이 이 악물고 일어나 한번 한번 싸움을 통해 강해지는 이야기.
싸움기술 “플라워 킹”. 나쁜 놈한테 얼음 공격이 왔을 때 꽃을 엄청 크게 키워서 물리치는 기술이다.
싸움기술 “플라워 쉿”. 꽃이 조용히 뒤로 살금살금 돌아가서 짠 나타나 놀래키는 기술이다.


꽃으로 싸우는 부분이 넘 사랑스러워서 뭉클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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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내내 야근했다. 월화수목.

매일 피곤에 쩔어있어야 하는데 꽤 컨디션이 좋아서

이번 주에 어땠는지 써본다.



+



9시 15분을 넘으면

화면이 노랗게 보이고 속이 울렁거려서 어어? 했다.

더 있다간 어떻게 될 지도 모르겠다, 겁이 나서 접고 퇴근한다.

회사 밖에 나오는 시간은 대략 9시 반에서 10시.


셔틀버스는 애저녁에 가버렸고

시내버스 시간도 안 맞아서

집에 걸어온다. 40분 거리다.


남은 생의 하루를 일에 몰아 넣어버렸으니

아주 맛있는 밥을 먹어서 균형을 잡겠다는 비장함으로

불 위에 음식을 올려놓고 뜨거운 물에 씻는다.


+


나 매일 밤 10시 30분에 삼겹살 먹는 사람 ㅋ

삼겹살 김치 양파 대파 숙주 (들기름 필수) 한 냄비가

씻고 나오면 익어 있다.


김치랑 삼겹살은 어쩜 이렇게 물리지도 않고 맛있는지

매일 하루의 끝이 기쁘다.

썰은 배추김치 1.8kg를 5일 만에 다 먹어서 또 주문했다.


밥도 고봉으로 먹는다.

배불렀다 싶을 때 더 먹는 것이

정말 맛있는 것이었다.


밥을 먹고 나면

씻고 개운하겠다, 배부르겠다, 놀다 잘 일만 남으니

마음이 깃털처럼 가볍다.

마구 까불고 싶다 우후후


+


소화 좀 시켜야지 하고 책상 앞에 앉아서는

졸다가 핸드폰 떨어트리고 마우스 떨어트리고

의자에서 방바닥으로 두어번 굴러 떨어질 뻔 한다.

지금 안 자면 곧 죽을 것 같아서 

더 놀고 싶은 마음을 접는다.


누우면 바로 잠들어버린다.

한시를 넘길 수가 없다.

얼마 전까지 새벽 서너시에도 잠이 안 오던 밤이

저 멀리 다른 이의 얘기 같다 :-D


낮에 화장실 자주 가는게 싫어서

커피 안 마시고 결명자차를 마시는 것도 이유인 것 같다.


+


그랬더니 


다음날 늦게 먹은 밥 때문에 눈이 약간 붓긴 했지만

일곱시에 눈이 반짝 떠지고 (알람은 일곱시 반)

얼굴이 매끈하며,

결정이 필요한 일에 고민 오래 안 하고 후딱 결정할 수 있고

동시에 네가지 문의가 나를 앙 물어도 대수롭지 않다.

말도 잘 나온다.


왜 말 잘 나오지 =ㅅ=;;;

왜 컨디션 좋지 =ㅅ=;;;;


마음은 일정 압박에 쪼글쪼글한데

몸이 너무 잘 굴러간다.



세상에, 얼마나 상태가 좋은지

일기를 다 쓰고 있다 +_+



+



좋은 상태가 되어 보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가 않다.

늘 이 정도의 상태로 일상을 유지하고 싶어.



+



어떻게 하면 계속 좋은 상태일 수 있을까.

야근 때문에 뭐가 달라진 걸까.




일단, 밥.

밥 양을 늘여서 잘 먹고 있다.

점심도 전보다 밥이랑 반찬을 많이 싼다.

계란후라이도 당연히 한 번에 두개다 ㅋ


점심 저녁에 먹는 양이 늘어나니

계속 계속 생각하면서 자료를 정리해나가는 일에 

기운이 딸리질 않는다.

오후 네시에 과자를 밀어넣지 않아도 정서 안정 ㅋ




그 다음은 잠.

곯아 떨어져서 일찍 자니 

다음날 같은 이야기를 할 때

입에서 나오는 단어가 네 배쯤 늘어나는 것 같다 +_+




그리고 걷기.

덥다고 안 걷고 있다가 시원한 밤에 다시 걸으니

걷는 내내 걷고 있는 자체가 즐겁다 :-D

같은 시간을 자더라도

다음 날 회복한 몸이 머금은 에너지의 양과 질도 확 다르다.

내 몸에 흐르는 마나가 느껴진다!


퇴근길에 집에 오면서 8천 걸음 정도 걷는데

전혀 지치지 않는다. 걸은 것 같지도 않다.


밥부터 먹고 나와서 만걸음을 채우고 싶기도 하지만

아니야, 일단 집에 들어가면 끝인 걸 이젠 안다;;


운동한다고 따로 시간내지 않으면서

어쩌다 한번 아니고 

날마다 계속 할 수 있는 정도.

평일엔 요만큼이 딱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씻기.

자기 전에 씻었는데 

집에 들어오자마자 씻기로 순서를 바꾸었더니

따끈한 물에 닿는 순간부터

오늘 하루의 시즌2가 펼쳐진다.


피곤한 상태로 옷만 갈아입고 누워서

트위터를 보다 밥도 안 먹고 불 켜놓고 잠드는 대신

개운한 몸으로 머슴밥을 먹을 수 있다.


티비에서 왜들 그렇게 어디 밖에만 나갔다 오면

"어서 씻고 와. 밥먹자." 하는 줄 알겠다.

보람찬 여가 시간의 첫 단추는 씻기였던 것이다!


안 하고 싶던 것을 안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계속 실험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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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사는 일이 안정되고

여기 저기 이사다니지 않아도 되고

지금보다 가까이 살게 되는 시절이 오면

다시 밴드를 하자고 보리언니랑 얘기했다. 

일년에 한 두번쯤 공연하자고.



보리 : 무슨 밴드여. 난 이제 나이가 들어서 틀렸어.

나 : 아닛 그게 무슨 소리에요! 목소리는 시간을 뛰어넘는다고요.

언니 목소리 언제나 변함없이 엄청 좋아요.


맹렬 연습 청년, 악기 꿈나무인 신정갱을 꼬셔서

기타를 맡기자고도 했다.

(신정갱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한자리 정해버림 ㅋ)



나 : 밴드는 취향이 달라서 싸우고 헤어진다는데 (웃음)

보리 : 각자 하고 싶은 노래를 돌아가면서 하는 거지.

나 : 와 좋아요! 저 노래도 불러볼래요.

보리 : 그려!! 신정갱도 목소리가 좋아. 노래 하는 거 들어봤는데 낮은 음색이 아주 매력적이야.

나 : 오오 그렇구나. 그럴 것 같아요!

보리 : 나도 악기 하나 더 배워볼까?



뭐 음악해서 부귀영화를 누릴 것도 아니고

신나고 재밌으면 장땡 아닌가 :-D


지금까지 각자 쌓아온 취향이 있어

좋아하고 해보고 싶은 스타일도 

사는 모습 만큼이나 다를 테다.

생각만 해도 벌써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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