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만 사는게 쉽지 않은가 했더니
어디 가도 사는 건 쉽지 않네,
라고 할 수도 있고

여기만 살만한가 했더니
어디 가도 사람 사는 곳이네,
라고 할 수도 있겠다.


살고 싶다.
어디 가도, 사는 것 처럼.

내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일을 하고,
밥을 잘 먹고, 씩씩하게 걸어다니고,
밤에 일기랑 편지를 쓰고, 책읽다 잠들고,
나를 예쁘게 가꾸고,
마음 맞는 벗과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따뜻한 마음을 주고 받고 살아야지.
오늘이랑 크게 다르지 않게.


+


Asp-mssql을 쓰는 곳에 이력서를 내봤다.
써서 내고 나니까 비로소 느낌이 온다.

살아갈 영역을 확보하고 싶고
나를 쏟을 만한 일을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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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별 봐라.
쏟아진다, 쏟아진다.
이 하늘을 어찌 잊을래 노민경.

- 어젯밤. 도라지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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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는 대청소와 함께!


일단 버린다. 버릴 것은 이때다 하고 다 버리고 있다. 분리수거하면서 보니 남편이 마시고 난 맥주 페트병, 맥주 유리병, 맥주 캔, 정종 병, 소주병이 어느새 큰 봉지로 꽉 채워서 네개다. 신혼 초에 무거운 배를 끌고 큰 마대자루 네 개를 가득 채운 막걸리 페트병을 버리고 나서, "내 청춘을, 내가 20대에 열심히 일한 시간을, 당신이 마시는 술과 맞바꾸고 있다." 고 울면서 같이 못살겠다고 했던 것이 떠오른다 ^^

남편은 지금도 여전히 거의 날마다 술을 마시고, 돈은 늘 없고, 쓰레기는 내가 치우지만, 그때처럼 막막하지 않다. 정리는 하면 할수록 내 삶을 잘 사는 좋은 습관이 되는 거고, 나는 그저 내 삶을 살면 된다.

나는 결혼해서 주부로 아기엄마로 살면서,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생활의 기술이 늘었다. 밥도 국도 반찬도 간식도 김치도 한다. 된장도 효소도 담는다. 세끼 밥을 내손으로 지어먹고, 철따라 나오는 먹거리도 안다. 빨래도 햇볕에 널고, 주변환경을 정돈하는데 날마다 시간을 들이기도 한다. 여성들이 서로 연대하면서 힘을 얻는 경험도 하고, 도서관 일을 하면서 새 관계를 열기도 했다. 남편이 안하면 안하는 만큼 나를 끌어올리는 훈련, 남편의 빈자리 만큼 주변에 손을 내밀고 다른 것으로 채우는 훈련을 잘 한거다. 몸도 마음도 회사다닐 때보다 세곱절은 더 힘들게 느껴졌을 때, 나는 무엇이 있으면 사는지, 왜 여기서 살고 있는지, 여기서 뭘 배울 수 있는지, 뭘 하고 싶고 뭘 잘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남은 목숨을 걸고 고민하는 계기도 만났다.

이만하면 됐다. 많이 배웠다. 나도 청소하자. 묵은 감정 묵은 기억을 탈탈 털고 가볍게 비우는 대청소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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