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서른 일곱이 되었다.


2016년 가장 큰 목표는 "몸 돌보기"다.

울병 화병 쉼없는 긴장에다 번아웃 증후군까지. 그동안 쓰기만 하고 채우지는 못한 너덜너덜해진 몸에 다시 생기를 채우는 시간으로 일년을 투자하고 싶다. 오로지 나만 생각하고.

일하면서 생활비를 버는건 기본. 그 생활에서 같이 할 수 있는, 작은 습관 바꾸기를 해보자. 내가 "이 시간만큼은 나"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인 책 읽고 일기쓰는 밤시간을 버리고, 다른 시간을 사는 내가 되어볼까 한다. 그래서 일찍 자기 도전! 일찍 자는 걸 가장 열심히 해보자. 열한시에서 늦어도 열두시 전에 자자.

그리고 나서는 몸 공부도 하고, 읽고 싶은 책 읽고,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한시간씩 산책하고, 세끼 쌀밥 챙겨먹고, 일기를 쓰는 것도 다 할 수 있으면 좋겠다.

+

2015년에는 상반기에 녹용액 두박스를 먹고, 여름 지나고는 남편이 농사지은 유기농 토마토즙을 한박스 먹고, 하반기에는 밤에 두시간씩 산책했다. 녹용액도 토마토즙도 산책도 모두 활력을 채우는데 효과가 좋았다 ^^ 그러면서 낮잠도 덜 자게되고 일주일에 한번씩 서울 다녀오는 것도 몸이 견뎠다. 2014년에는 일주일에 한번 다녀오기도 5주가 한계였다. 다녀오면 3일은 밤에 책 한자 못읽고 곯아떨어졌다. 그에 비하면 2015년은 엄청 발전한 거다.

+

겨울이 다가오면서 추워서 산책을 못하고 집도 도서관도 일이 겹쳐서, 11월 말에서 12월 들어서는 체력이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못버티겠다 싶은 감이 오면 글쓰기 공작소 수업 시간에 쓰리샷 아메리카노를 들이키고 들어가는데, 어쩌다 들이키지 않은 날은 수업이 너무너무 재미있는데도 의지로 극복을 할 수 없는 졸음이 왔다. 한번은 늦을까봐 못마시고 들어갔다가 너무 맥이 없어서, 발등에 침을 다다다닥 꽂고 수업을 들은 적도 있다. 또 한번은 침도 없어서 휘청이는데, 맞은 편 친구가 자기 커피를 나눠줘서 구원받은 적도 있다. 사주명리학 6강 때도 너무 재미있게 듣는 중에 기면증처럼 순간 깜빡 졸았다. 좋아하는 공부를 재미있게 하는 것도 체력이 받쳐줘야 하는 거구나, 했다.

감기를 심하게 앓으면서는 밤낮없이 계속 잤다. 점심 먹기 전에 두시간, 점심 먹고 나서 세시간, 저녁 먹고 밤에 또 자고. 좀 회복되자마자 솔뫼농장 메주일을 깡으로 버텨가면서 마치고, 오늘 종일 집에서 요양했다. 내일도 종일 요양 예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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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 읽고 있는 책은 도담샘의 신간 <양생과 치유의 인문의학 : 동의보감> 이다. 시성샘 신간 <혈자리 서당>도 감기걸렸을 때 뒤져보면서 침놓는데 도움을 크게 받았다. 아파 죽을 뻔 한 시점 즈음에 이 책들이 이미 기다렸다는 듯이 근처에 다가와 있었다. 집어들고 읽기만 하면 되도록. 몸공부하는 책을 제대로 읽으려고 아팠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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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 만드는 일이랑 고추장 포장일 하면서 경기형님 일하는 거 보고 감동했다. 많이 배웠다. 빨리 빨리 해봤자 5분 일찍 끝나는 건데, 내가 그래도 젊다고 기운이 넘쳐서 분주한 거였다. 빨랐다 느렸다 하면서 쓸데없는 군더더기 동작을 하는 대신 천천히 꼭 필요한 만큼만 움직이면, 내 몸도 지치지 않고 다같이 여유롭게 하면서도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양을 끝낼 수 있었다. 빨리 빨리 보다는, 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꾸준히 이어지게, 이게 함께하는 일을 잘하는 미덕이었다.

함께하는 일 뿐이랴. 어떤 일을 계속 하려면, 그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내 몸의 속도를 알고, 꼭 필요한 만큼의 힘만 쓰고 나머지는 소중히 아껴야 하는구나, 했다.

+

나의 자립과 양생과 치유를 위해.
이 길에서 새로 만나는 공부와 스승과 인연을 위해.
2016년,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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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과도기. 한 상황에서 다른 상황으로 건너가는 하루씩을 살아내는데 힘을 잘 쓰기로 하자. 어제의 삶을 잘 마무리하는 동시에 내일의 삶이 이미 시작되고 있는 걸 지켜보는 오늘을 살기.

누덕도사가 머털이한테 징검다리를 건너게 할 때, 이렇게 보면 한걸음 사이가 까마득한 낭떠러지고 저렇게 보면 잔디밭에 디딤돌 건너는 것인 상황에서, 머털이가 할 수 있는 것은 눈 딱 감고 다음 발을 디디는 것이었던 것 처럼,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내가 키워내고 싶은 내 싹에 오늘도 물을 주면서.

+

언니님이랑 새해 처음 만나서 나눈 얘기가 너무 재밌어서 써둔다.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몸 온전히 마음 온전히 정신 온전히 간수하자. 자살하지 말고, 아프지 말고. 몸 마음 건강하고 정신이 온전하면 뭘해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어."
"너를 구원하는 것은 너의 글이야."
"죽어도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우아하게 죽자. 더러운 강 같은데 빠지지 말고, 어디 매달지도 말고, 높은데서 뛰어내리지도 말고, 비행기 값을 벌어서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 가는 거야. 저체온증으로 잠든 모습 그대로 갈 수 있어. 심지어 썩지도 않아. 이렇게 애써서 죽을 힘으로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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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유한테 "요놈 강아지!" 했더니
나한테 "요오놈... (잠시 생각하더니) 아줌마! 요놈 아줌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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