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을 때는 핸펀 가는 곳이면 책도 같이 갔다. 날마다 어디가든 같이 들고 다녔다. 그러면서도 일주일동안 4장 읽었는데, 집 떠나서는 하루 잠깐동안 다 읽었다.


길 위에서 책읽는 시간이 다시 돌아왔다 오예오예 :-D


남산강학원 퇴근길 인문학 황제내경 강의 들으러 서울에 다녀오면서다. 괴산에서 동서울터미널 가는 시외버스 안에서, 강변역에서 충무로역 가는 지하철에서, 충무로역에서 홍제역 나래네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 아침에 홍제역에서 강남고속터미널역 가는 지하철에서, 괴산가는 시외버스 안에서, 괴산에서 솔멩이골 들어가는 시골버스 기다리면서, 어느새 끝까지 다 넘어갔다.


책읽는 것 말고 다른 할 일이 없어야 찜찜한 기분 없이 책을 읽는다. 하면서 즐거운 일도 많고 하고 나서 즐거운 일도 많지만, 어땠든 보이는 대로 나를 쏟아부을 일이 줄서서 기다리는 일상에서 하루 탈출이다! 새록새록 새 할 일이 생각나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일 못하는 시간으로 탈출! 일만 하다가 소가 될 뻔 했다. 살았다 :-D


요번에 읽은 책은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장은진, 문학동네)". 집에 가서 책얘기 더 써야지. 나처럼 집나와서 여행(이라 이름붙인 방황)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라 더 와닿았다. 주인공은 이제 집에서도 편지를 쓸 수 있다. 받을 수 있어서 더 좋다. 받는 즉시 답을 쓸 수도 있고 말이다. 다음 길 위에서, 나도 주인공처럼 손편지를 써보고싶다.

집에다 엊그제 내 책상도 만들었겠다, 시간 따로 지켜서 책읽는 것도 다시 시도할테다. 집이 어질러져있어도 그시간만은 못본 척하고.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근슬근 밀당  (0) 2015.09.01
물웅덩이  (0) 2015.08.27
별똥별 변신 프로젝트  (0) 2015.08.17
벼 익는 냄새  (0) 2015.08.10
우매우매, 오메오메!  (0) 2015.08.10

밤산책하다 농로에 앉아서 하늘을 본다. 자잘 자잘한 별빛이 참 예쁘다. 어둡고 어둡고 더 어두워야 보이는 별이, 오늘은 보인다.

'당신도 그 어두운데서 용기내서 반짝이고 있군요. 아름다워요.'

이야기해주고 싶은 사람을 떠올려 보려고 하니,누구하나 빛나지 않는 벗님이 없다.

'내 빛도 보이나요?'

누군가에게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안다. 어둡고 어둡고 어두워야 보일만큼 작게 용기를, 빛을 내는 어떤 순간, 어떤 순간. 용기가 필요한 어떤 순간 몇 개를 지나면 또 하루가 간다.

꾸준히 빛나지는 못한다. 별똥별이 반짝 하고 훅 떨어지는 것처럼 한번이라도 찰나의 순간에 반짝 빛나는 오늘이면 별똥별 변신 프로젝트 성공이다. 한번 다르게 생각하고 한마디 다르게 할 때, 한 문장 다르게 쓸 때, 한번 다르게 움직일 때가 바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그리고는 다시 어둠으로 돌아간다 해도, 수백번 그 때 반짝 빛나고 떨어진다 해도, 다음번에는 다음번 작은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랑이 가슴에 차 있길.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웅덩이  (0) 2015.08.27
집 떠나 책읽기  (0) 2015.08.19
벼 익는 냄새  (0) 2015.08.10
우매우매, 오메오메!  (0) 2015.08.10
좀 더, 백수스타일  (0) 2015.08.09

논 옆길을 걷는데 벼 익는 냄새가 구수하게 풍겨온다. 와, 좋은 냄새. 벌써 익는구나! 한호흡 한호흡 깊게 들이마신다.

까까머리 아기 온유의 머리통이랑 온 몸 냄새를 빨아들이던 진공청소기 콧구멍 시절처럼, 벼 익는 냄새도 폐 속 깊이 빨아들인다. 구들에 나무 때는 냄새도, 쑥 태우는 모깃불 냄새도 좋아한다. 담배 연기 깊이 마시기 좋아하는 사람의 기분이 이럴까? 내게 스며들어서 내 몸의 한 부분이 되어도 좋다, 하고 경계를 푼다.

도시에서 길을 다닐 때는 지저분한 공기가 몸에 들어올까봐 숨을 얕게 얕게 쉰다. 어느 냄새를 이렇게 온 몸을 열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시골에서 특별한 계절에만 맡을 수 있는 요 냄새도, 시골에 살아서 누리는 복이다.

"감사합니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 떠나 책읽기  (0) 2015.08.19
별똥별 변신 프로젝트  (0) 2015.08.17
우매우매, 오메오메!  (0) 2015.08.10
좀 더, 백수스타일  (0) 2015.08.09
다래끼 발발  (2) 2015.08.0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