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착한 건지, 장애가 있는 건지..
니같은 애를 먹여 살리려고 이 고생을 하다니"
방금 나를 빵 터트린 남편의 농담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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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가 나온 맥락은.
좀 더 시간 여유를 가지면서 살 수 없을까, 이런저런 다른 할 수 있는 일을 얘기하면서다.
"ㅇㅇ 일하면 니 하나는 먹여살릴 수 있는데 애들까지는 안되지."
"오~~ 나 먹여살릴려고? 남편, 착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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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에 대한 남편의 결론은 내가 나가서 일하고 애들 용돈을 부치는 쪽. 나의 결론은 하우스 값이 세 배 올랐을 때 팔고 나한테 얼마 나눠줘서 내보내고, 아껴써서 근근히 오래 지내는 쪽. 두 의견이 같은 부분은, 남편이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한 농사일을 지금보다 덜하는 것이다.
같이 살면서 여유로울 수는 없을까? 제주도에 가자는 둥, 내가 운전을 해야겠다는 둥, 차를 한대 마련해야겠다는 둥 하다가, 마지막은 늘 '따로 살기'로 마음을 모은다.
남편은 그동안 애들이랑 못놀았던 거 다 놀러다니고 내 눈치 안보고 맘대로 술마시고 사람 만나면서 재미나게 살고, 나는 혼자 살면서 하고 싶은 공부하고 마음껏 책읽고 악기 배우고 일하면서 재미있게 지내는 모습을 그린다. 어린이들은 가끔 엄마있는 곳을 아빠랑 같이, 혹은 자기들끼리 왔다갔다 하면서 여행하는 것처럼 엄마한테 놀러오겠지.
서로에게 매인 결혼생활을 풀어주고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삶을 누릴 자유를 선물하려는 이야기다. 이런 얘기 할 때면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 마치 벌써 자유롭게 사는 것 같다.
"니는, 나가서 살아라. 니는 그게 맞다. 그동안 맞지도 않는거 하면서 사느라 얼마나 힘들었노."
실험은, 정말로 어디까지 갈까나. 피로가 쌓여서 위아래 다래끼를 주렁주렁 달고, 입안 점막도 홀랑 벗겨져가지고는 팔도비빔면 한젓가락을 물한컵이랑 먹으면서, 아직 오지 않았지만 벌써 와있는 다른 삶 얘기에 벌써 신났다. 달라질 기미로 오늘은 충분하다. 난동멧돼지곰 형제도 내일부터는 어린이집에 간다 :-D
좀 더, 백수스타일
2015. 8. 9. 1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