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옆길을 걷는데 벼 익는 냄새가 구수하게 풍겨온다. 와, 좋은 냄새. 벌써 익는구나! 한호흡 한호흡 깊게 들이마신다.
까까머리 아기 온유의 머리통이랑 온 몸 냄새를 빨아들이던 진공청소기 콧구멍 시절처럼, 벼 익는 냄새도 폐 속 깊이 빨아들인다. 구들에 나무 때는 냄새도, 쑥 태우는 모깃불 냄새도 좋아한다. 담배 연기 깊이 마시기 좋아하는 사람의 기분이 이럴까? 내게 스며들어서 내 몸의 한 부분이 되어도 좋다, 하고 경계를 푼다.
도시에서 길을 다닐 때는 지저분한 공기가 몸에 들어올까봐 숨을 얕게 얕게 쉰다. 어느 냄새를 이렇게 온 몸을 열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시골에서 특별한 계절에만 맡을 수 있는 요 냄새도, 시골에 살아서 누리는 복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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