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만고만한 물웅덩이가 있는 뚝방길.

 

 

오늘 아침에 한결이랑 온유랑 어린이집 가는데, 여느 때처럼 큰길로 가려는데, 이런다.

 

"농장 옆에 흙 있는 길 있잖아, 그 길로 갈래."

 

뒤에서 따라가면서 보니까 만만한 웅덩이는 휙 뛰어넘고, 큰 웅덩이는 신발이 젖지 않도록 옆으로 돌아간다. 기합을 "허잇! 허잇!" 넣는다. 매번 앞에 나타나는 웅덩이마다 자기의 능력을 시험한다. 평평해서 편한 길 보다는 좀 돌아가고 늦더라도 아슬아슬하게 모험을 하면서 즐겁고 신나게 가는 길이 아이들은 더 좋은 것이었다.

 

솔멩이골에서의 내 삶도, 이런 웅덩이 길일까. 한번 한번 아무 것도 아닌 자잘한 시험의 연속. 나도 아이들처럼 일상에서 아슬아슬한 신나는 모험을 할 수 있을까?

 

 

 

노을빛 받은 아카시아, 싸리꽃, 갈대, 강아지풀.

노을빛을 보니 밤이 오기 전에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 지갑이랑 핸펀만 들고 입은 옷 신발 그대로 조금이라도 더 가능한한 빨리 휙.

 

어서 맹자 강의 들으러가는 다음주 화요일이 되어라, 되어라. 어서 글쓰기공작소 강의 들으러가는 다다음주 토요일이 되어라, 되어라. 이 곳이 돌아와야 하는 곳이 아니라 돌아오고 싶은 곳이 되어라, 되어라.

 

+

 

여기가 아니면 더 헤메고 싶고, 여기면 더 이상 헤메고 싶지 않다. 내 자리가 여기면 좋겠고, 내 자리가 여기가 아니면 좋겠다. 여기에 있으면 여기가 내 자리인 적이 없었던 것 같고, 여기 아닌 곳에 있으면 여기가 마치 내 자리인 것 같다.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닌 사이에 서서, 내일은 모르고 지금만 살고 있는 사람처럼 하루씩 하루씩 살고 있는 것 같다. 나름 선전하고 있고만 :-D

 

+

 

언제쯤 닻을 내린 기분이 들까. 안심할 수 있을까. 안심하고 숨을 내쉴 수 있을까. 닻을 내린 안심한 기분으로 계속 살 수는 있는 걸까? 닻을 내린 기분은 알고 있다. 사랑처럼. 작심삼일의 첫날처럼. 그 순간 순간은 진짜다.

 

어쩌면 방황이 끝나기를 원하는 건, 찰나일 수밖에 없는 진실을, 찰나이기 때문에 진실일 수 있는 것을, 영원히 붙들어 두기를 바라는 어리석음과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당연해 보이는 것을 의심하고 달라지려고 애쓰는 지금 이대로가 제대로 가는 것일지도. 제대로 가고 있는거면 좋겠다. 잘 지내고 있는 거면 좋겠다.

 

가도가도 끝없는 지평선처럼 끝나지 않는 방황을 끌어안고, 오늘도 홧팅!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레발  (0) 2015.09.03
슬근슬근 밀당  (0) 2015.09.01
집 떠나 책읽기  (0) 2015.08.19
별똥별 변신 프로젝트  (0) 2015.08.17
벼 익는 냄새  (0) 2015.08.1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