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관계, 좁은 말, 좁은 감정, 좁은 시선, 불통.

계속 그 속에서 오글오글 살아도 괜찮다면 삶의 비전을 공유하는 벗을 만나러 먼 곳까지 간다는 공자님 이야기가 몇백년을 살아남을 리가 없고, 시공간을 넘어 나한테 깊이 와닿을 리가 없겠지.

좁은 세계 괜찮지 않다.
되풀이, 넌더리, 되풀이, 넌더리.


시절은 변하고, 내게 허락된 시간도 분명 끝이 다가온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이겠다. 벼랑끝으로 나를 몰아세우고 한발 더 내딛기. 어쩌면 내 생각과 말이 만든 것인지도 모르는 마음의 경계 허물기. 내가 하는 일의 내 인생에 다시 없을 특별한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일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기뻐하기 정도.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사람을 알아보지 못할 것을 걱정해야지.


오늘도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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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6일 사진이다. 온유 세살, 22개월.

 

밥을 줬다 하면 안먹고, 주무르고 쏟고, 아무데나 쳐덕쳐덕 발라서, 치우느라 무척 애먹던 때다. 이 사진 찍을 때도 그랬다. 밥그릇에 손을 넣고 주무르고 엎고 의자에 발라대고, 못하게 하니까 마구 짜증을 내면서 그릇을 집어 던지다가 갑자기 조용해서 보니 잠이 들었다.

 

 

 

입을 하 벌리고 쌕쌕-

 

 

저 크고 무거운 머리를 의자에 살포시 얹고 잠을 잘 수가 있다니!

 

 

밥은 다 쏟아놓고 골고루 펼쳐놨다.

 

 

뺨이고 입이고 땟국물이 좔좔.

울다 잠든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가슴팍으로 저녁먹었구나. 

 

 

+

 

요 사진은 위 사건 이틀 전, 6월 4일.

 

 

이렇게 귀여운 얼굴을 하고 난동난동 곰난동.

뒷배경에 이미 집이 폭탄.

 

 

 

여섯살 한결이도 아기 얼굴

 

 

형아가 통에 담아서 뭘 먹는건지 궁금

 

 

옛다 먹어봐라

 

 

헤헤 좋다

 

 

이렇게 들고 먹는 거야

 

 

쏟으면 안돼!

헝아가 멕여줄께.

 

쪽쪽쪽-

사실 안에 들어있는 건 그냥 물.

 

 

 

불과 1년밖에 안지났는데, 온유는 기껏해야 세돌 지난 네살인데 거짓말처럼 의젓해졌다. 엄청나게 사람에 가까워졌다. 밥도 혼자 척척척 잘먹고, 혼자 쉬하고 물내리고, 혼자 화장실에서 응가하고 물내리고, 밤에 한결이랑 둘이 자라고 하고 방문을 닫아놓으면 엄마 안찾고 바로 쿨쿨 잔다. 아까 저녁에도 혼자 주방에서 거실까지 토스터기를 가져와서, 전기 코드를 구멍 맞춰서 꽂고, 식빵을 넣어 토스트를 하고, "뜨거우니까 집게 줘!" 하고 집게로 꺼내서 그릇에 담았다;; 네발 자전거를 타고 어린이집에서 집까지 와서, 꿈터 마당에다 자전거를 척 주차해놓았고.

 

'이 때가 정말 힘들기는 했나?' 하고 가물가물할 정도로 멀어졌다. 일년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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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산책길에도 별이 너무너무 예뻐서 카시오페아 자리를 촬영하려다 실패했다. 대략 별이 찍히기는 하는데, 무거운 DSLR을 손으로 들고 숨을 참으면서 긴시간 노출로 찍으니까 팔이 덜덜 떨려서 흔들렸다.  

 

 

 

동그라미 친 부분이 W모양 카시오페아 자리.

북극성을 가운데 두고 오른쪽에 있다.

줌렌즈 17mm로 넓게 찍었다.

 

 

 

빛 번지고 초점 안맞지만 여튼 이렇게 W.

혹은, 누워서 하늘을 보는 M.

줌렌즈 50mm로 당겨서 찍었다.

 

 

 

대략 검색해본 별찍는 방법.

 

0. 주변에 빛이 없는 곳에서.

1. 삼각대 필수.

2. 수동초점모드로 해놓고, 초점은 무한으로.

3. 조리개를 밝게.

4. ISO를 800 정도로, 빛에 민감하게.

5. 셔터스피드를 10초~15초 정도로 해서 길게 노출.

 

삼각대가 필수다. 삼각대 가지고 다시 도전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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