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들어서 눈을 떴는데 환하다.

'불켜놓고 잠들었나?'

둘러보니 베란다 밖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이 보인다.

무사히 아침이다.


불은 끄고 잤고,

음식은 냉장고에 잘 들어가 있고,

폭풍폭풍 쓴 일기는 무사히 비공개로 되어있고,

별로 마신 것도 없어서 그런가 속도 머리도 멀쩡하고 몸도 가뿐.


어제랑 크게 변한 것이 없는, 잘 자고 일어난 아침. 

그런데 이 안팎으로 날아갈 듯이 가벼운 기분은 뭘까.

'새로 태어났다!'


아홉번 토하는 동안

(내 사물탕에 10g씩 잘라넣는) 아홉번 찌고 말리면서 쫀득쫀득해진 숙지황처럼

나도 구증구포 법제되었나봐 :-D





우리집 1층도 아니고 5층인데, 눈만 돌리면 바로 앞이 초록색이다. 날마다 변하는 초록색.




오래 되어서 죽은 나무인가 했다. 5층을 넘는 키에 아무 것도 달려있지 않은 생선가시같은 모양인 채로 한달을 넘게 봤다. 아파트 화단에 삼색제비꽃이 꽃으로 카페트를 깐 것처럼 피어도 줄곧 앙상했다. 비가 온 다음 어느날 문득, 가지 끄트머리가 뾰족하면서 나무 전체가 밝은 연두빛이 도는 걸, 봤다.



새로 태어났다. 변했고, 변한다.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생명이 있으면 안락한 상태로 머물지 않고 달라진다. 오늘도 잘 몰락하러 가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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