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면 된다

점심먹고 집 앞 도서관에 놀러간다.
한결이는 어케어케 옷을 골라서 입는데
온유는 위아래 짝도 색도 안 맞는 옷을 대충 주워입고
웨헤헤헤헤 웃으면서 뛰어나가는 게 너무 웃겨 ㅋ

뒤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한결이는 식견이 들어서 점잖게 걸어가는데
온유는 가다가 축구공 패스하는 시늉인지
왼쪽 오른쪽 슉슉 스텝 밟으면서 가는 것도
너무 웃기다 ㅋ

+
엎드려 걷기 놀이

나가서 장 보고 왔는데
둘이 땀을 뻘뻘 흘리고 있길래 뭐했냐고 물어봤더니
엎드려 걷기 놀이를 했단다.

한 사람이 엎드려 팔굽혀펴기 자세를 하면
다른 사람이 뒤에서 다리를 잡아주고
팔로 걸어서 집을 한바퀴 도는 건데
한사람씩 번갈아가면서 잡아줬다고.

엄마 이렇게 하는 거야 봐봐 하면서 시범을 보여주는데
보기 전에는 대체 이게 뭐라고 했는데
막상 보니 너무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내 다리 잘 잡아주라고!"
엎드린 놈은 소리치면서 팔 휘청휘청 짚으면서 웃고

다리 잡아준 놈은
무거워서 비틀비틀하면서 입으로
"이랴 이랴!"
이러면서 웃고 ㅋ

팔다리 호흡을 착착 맞춰서 걸어가는데
잘 맞아도 웃고 안 맞아도 웃고
과연 집안에서 땀을 한바가지 흘릴만한 스포츠다 ㅋ

+
엄마 더 자

언젠가부터 정신이 들고 보면
암막블라인드가 내려져 있고 방문이 꼭 닫힌
어둡고 고요한 방에서
매일 아침 나 혼자 눈을 뜨고 있다.

헉 지금 몇시지 하고 일어나보면
애들은 거실에서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고 있다.
(내가 일어나면 그 때부터는 못 하기 때문에)
새벽같이 일어나서 소리소문도 없이 방을 나가 있다 ㅋ

아침먹으면서 물어봤다.

"엄만 너네가 나간 줄도 몰랐어.
이불 밀고 일어나서 걷기도 하고 문도 열텐데
어쩜 소리를 하나도 못 들을 수가 있지?
대체 어떻게 그렇게 아무 소리 없이 나간 거야?"

한결이는 빙글빙글 웃으면서
"엄마가 피곤해서 그렇지."
하는데
온유는 햇님달님 옛날얘기에 누이동생이
호랑이한테 나무타고 오르는 방법 알려주는 것처럼
못 참고 영업기밀을 다 일러준다.

"발바닥을 일자로 하면 안 돼.
숨을 참고 이렇게 이렇게 해야 해.
(뒷꿈치 들고 살금살금 걷는 고양이발 모양을
손으로 발로 보여줌)

그리고 문을 닫을 때
문고리를 꺾은 채로 살그머니 닫아야 해.
(옆에서 한결 한마디 : 그건 내가 알려줬어)
맞아 한결이 형이 알려줬어!"

내가 일어나려는 소리라도 들릴라치면
두 놈이 달려와서 양쪽에 팔베개하고 다리를 걸쳐 누워서
나를 안심시키고 다시 재우기도 한다.

"엄마 아직 알람 안 울렸어. 더 자 더 자"
"엄마 사랑해 (쪽쪽쪽쪽쪽)"
"어어 아니야........(혼곤)"

못 일어나게 결박해놓고 자장자장 두들기면
나는 까무룩 다시 잠이 들고야 마는 것이다.

+
도서관에서 읽고 온 만화책 목록

월요일이 휴관일이라 못 가지,
주구장창 도서관이다 ㅋ

읽은 책 써두는 다이어리를
우리가족 커플템으로 마련했더니
다녀오면 까먹기 전에 써두고 있다 :-D

한결

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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