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스름에 걸어다니고 싶은데.
해지는 바다가 보고싶다.
볼 수 있다. 내가 나가기만 하면.’

뛰쳐나갔다.
일요일, 오후 세시다.


두세시간 후에 도착해도 해지는 거 볼 수 있다.
버스타러 가는 길에 벌써 신나서
히히힉 웃음나고
가슴이 두구닥 두구닥 뛰었다.

찐옥수수 한봉지랑 초코머핀 한 개 사가지고
긴급소풍간다 >_<b

해가 지기 전에 가려했지~

종점 제부도 입구 도착.
날 내려놓고 사라져가는 330 버스.
금정역이나 반월역에서 타면 되고, 한시간 반쯤 걸린다.

밴처럼 생긴 마을버스 5번 타고 바닷길 건너가는 중.

신나서 사진을 찍을 때는 전혀 몰랐다.
이 길을 고스란히 걸어서 나오는
두시간의 밤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갯벌에 물빠졌다고, 신기하다고, 차 안에서 희희낙락​​

제부도 해수욕장 왔다!
아직 해가 많이 남아있다 :-D
장엄한 구름 파노라마 ㅠ_ㅠ​


​​경이롭다 ㅠㅠ


이때 허를 찌르는 면상 어택!

바다에서 바라본 제부도 파노라마

제부도에서 바라본 바다 파노라마

우리 어린이들이었으면
뒹굴고 뻘 던지고 바르고 난리났을텐데
저 아이는 그저 영차 뛰어넘는구나.​

반지의 제왕(맞나;;) 에서 본 것 같은 불기둥.​

요 파란하늘 양떼구름이​

물웅덩이에도 파랗고 하얗게 담겼다 :-D
웅덩이 안에는 움직이는 것들이 잔뜩이다.​

괜찮아.
오늘의 해는 오늘 지고 말아!

얼굴이 안 나오고 시커머니까 그런가
붕붕샘이 “이게 인생 프로필 사진!” 이랬다.​​

그러는 사이에 점점 횃불은 성냥개비만 해지고​

조개구멍. 엄청나게 크다.
엄지발가락을 넣으면 꼭 맞을 듯.​

“오?” 하는 조개구멍

​​

어스름 보면서
제부도 해수욕장 끝에서 끝까지 걸었다.
소원성취 :-D

드라마 오해영에서
에릭이랑 서현진이 조개구이 먹은게 너무 부러워서
조개구이도 먹으려고 했는데,
1인분은 안 판단다. 못 먹었다. 분하다.


마을버스 막차는 8시랬는데,
7시부터 30분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집에 가는 막차가 걱정이다.

같이 기다리던 어르신한테
“저는 버스 가는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을게요.
버스 오면 저 꼭 태워주세요.” 하고 걷기 시작.

저기 오른쪽에 불빛 보이는 곳이 육지다.
버스 언제오나 언제오나
저기까지 언제 다 걷나 하다가

엉엉엉
다 와버렸다.



내가 걸은 길.



바닷길 옆 뻘에서
아주 작은 것끼리 콩 콩 부딪히는 소리가 계속 났다.
신기해. 나 여기에 살고 있다고, 작은 것들이 소리를 낸다.

나도 여기에 있다고 일기를 쓴다.
보잘 것 없는 사람이고
보잘 것 없는 삶이어도
나 지금 여기 있다. 콩콩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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