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을 덮은 채
핸펀으로 시간을 한번 보고
최대 마지노선까지 몇분 더 밍기적댈 수 있나 계산한다.
일어나지는 않고 방향만 바꾸어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이 현실을 도피하고 싶다.

가야지.
가야 오늘 또 무슨 일이라도 생기지.

한시간 일찍 출근해서 책 읽기로
바로 지난 밤에도 결심했건만
오늘도 정확하게 3분 전에 도착했다.


+


배는 별로 고프지 않은데
점심이 되어서 밥 먹으러 간다.
먹지 않으면 힘 없어서 오후에 손이 떨리니까.

두숟갈 먹으니까 숟가락 놓고 싶은데
어찌 어찌 더 넣는다.
울상하고 한숨쉬면서 밥 먹는거
누구한테 들키면 혼날텐데
혼자 먹으니까 맘대로 아휴 아휴 한숨쉬면서 먹는다.

.... 먹다 보니 다먹었다 =_=;;


+


밥먹고 나온 길이 화창하다.

이렇게 뽀송뽀송하고 선선한 공기에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나는 왜 가을 하늘처럼 맑지않고
가을 고기압 공기처럼
밑으로 밑으로 가라앉고 있는가 =_=+
엉엉엉흐엉어엉엉

가을을 타려면 잘 골라서 올라타야지.
새털구름 위에 올라탈 수도 있잖아.
엉엉엉엉엉


+


오늘 정말 빡시게 빡시게
오전에 지난주 금요일에 다 꽂지 못한 책 한 트럭을 꽂고
신간을 엄청나게 등록하고 (어른책 다 끝내버렸다! ㅋ)
지난달 신간이 500권정도 되는데
신간코너에서 그 책들을 빼서 서가에다 1/3정도 꽂았다.
팔다리가 후들후들.

퇴근하고 후들후들 걸어서
한나 아렌트 강의 들으러 갔다.


+


막판에 만루홈런이다.
공부는 정말, 힘 ;_;

여기는 혜화역 노들야학 4층.


필기가 칠판 가득하다.
정창조 선생님은
중요한 단어는 큼직하게 쓰고 여러번 밑줄 긋고 동그라미 쳐줘서,
중요하다는 걸 알지 않을 수 없게 해준다.
어려운 개념어와 어려운 개념어 사이의 관계도
요리 조리 간단하게 화살표로 잘 그어주신다.
그게 너무 고맙다 ㅠ_ㅠ


오늘 한나아렌트 5강에서
냠냠 주워먹은 말은 이렇다 >_<

사적인 영역(간단히 말하면 먹고사는 영역)에서
공적인 영역(공론의 장,정치)으로 나아가는,
즉 시민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은,
자기가 다 드러나기 때문에 용기가 필요하다고.

이 정치에 참여하는 나는 누구인가,
누구로서 타인에게 드러나는가, 등등이
밝게 드러나는 걸 각오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예상치 못한 사건이 공론의 장을 열고,
용기를 내어 거기에 참여한 경험이
공통의 감각(정치 현실성)이 된다.

우리는 모두 자본주의 아래에서
먹고사는데 치중할 수밖에 없는 노동하는 동물이다.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에 함몰되어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강력한 주권으로 작동할 경우,
다른 기준들이 적용될 수 없다.
그러면 정치적인 현실성(공통 감각)을 잃어버린다.

여기에서 헉 했다.
먹고사는데 급급하지만,
노동만 하는 동물이 되지 않겠다! ㅠ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보고 듣고 말하는 공통의 감각은
참여하고 말하는 경험을 해나가면서
내 것이 되는 거다.

우리 어린이들과 벗님들과 눈오고 비와도 갔던
촛불집회가 생각났다 :-D
영락없이 그거였다 :-D
이래서 이제 대세는 한나 아렌트인가! 했다.
(콩알만큼 알아듣고 막 이렇게 우격다짐 결론을;;;)

자 자, 용기를 내고.
홧팅.




오늘도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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