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리 이틀째인 날인데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이 일하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 뻗었다.
아이구 고달프다.

눈도 쑤시고, 머리도 쑤시고,
팔 다리 눈꺼풀은 백만근,
배는 천만근.

개발자 시절엔 (나중엔 바뀌었지만)
생리휴가가 따로 있고, 월차도 있고, 연차도 있었는데,
휴가는 필요할 때 잘 쓰고
남기지 않고 다 쓰는 게 미덕이었다.
웬만하면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었다.
주부시절이나 재교육 학생시절에는
현관문 밖에 나가지 않고 쉴 수도 있었다.

작은 회사에서 일 한다는 게 이런거구나 한다.
생리휴가는 커녕 월차 얘기도 못하고
바꿔줄 사람이 없어서 휴가 불가능이다.
혹독하고 고달픈 생리 둘째 날의 나날을
인생 처음으로 보내고 있다 ㅠㅠ

둘째 날에 쉴 수 있는 인생의 시기는
언제쯤 다시 오려나. 오기는 오려나.
뭘 어디서 어떻게 하면
둘째 날에 쉬면서도 도서관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

다른 사서들도 일하는 날에 생리 둘째날이라는 이유로는
쉴 수가 없어서 꾹 참으면서 일할까.
쉴 수 있는 처지의 사람이 드물겠지.
그것보다 더한 것도 참으면서 일하겠지.


+

회사가 변하고 있다는 건
생리휴가를 쓰는 방식이 달라지는 걸 보고 알았다.

다른 휴가가 남아있어도
필요할 때 생리휴가를 쓸 수 있다가,
나중엔 유급휴가를 다 쓴 다음에 생리휴가를 쓰도록 바뀌었다.
생리휴가는 한달에 한 번만 쓸 수 있고, 무급이었다.

한달에 하루씩 주기적으로 몸 힘들 때 요긴하게 쉬는 휴가랑
멀리 가서 여러날 충전하고 올 수 있는 휴가는
완전히 다르다.

표면의 말은 "유급휴가도 다 못쓰는 사람이 많아서
유급휴가를 먼저 소진하" 라고 했지만
심층의 의도는
무임승차론 같은 여혐이 깔려있는,
결국은 일하는 여성의 몸에 대한
몰이해와 몰배려라고 느껴졌다.
그런 거 아끼면 아낀만큼 회사가 부자되나요.

이때 충격이 좀 컸다.
일하기 힘들어서 쉬는 날도 아껴서 일 시키려는
경제적인 의도로 느껴지는 순간,
해야하는 것 보다 더 마음쏟고 공들이면서
일을 좋아하고 더 좋아하려고 노력하고
밤낮없이 일하는 나는 뭔가,
배신감도 들었다.

"유급휴가를 한달에 하나씩 다 쓰면
정작 가야하는 휴가를 못가잖아요.
급여 받지 않아도 좋으니까
몸이 쉬어야 하는 날에 쉬고 싶어요."

강하게 불만을 얘기하고, 강하게 항의했다.
담당자는 곤란해 했다.
담당자가 결정내린 일도 아니고
담당자 혼자 바꿀 수 있는 일도 아니었고
나 혼자 어떻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후에 이보다 더한 일도 왔다.
전조였나.
소수가 아닌 비율의 구성원에게 이럴 정도면
다른 것도 무사할 리 없는 거였다.


+



이게 다 로또에 당첨되지 않아서다 ㅋ
당첨되면
도서관을 세우고
누구나 생리휴가를 낼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어서
도서관일 할테닷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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