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에 인천 도서관 사서들이 단체방문할 예정이라
강의실을 다 같이 청소하기로 하고 30분 일찍 출근했다.

이사님이
"노팀장 얼굴이 노르탱탱한데? 오늘 화장을 안했나?"

장대리가
"팀장님 원래 안해요~
피부 예민해서 화장품 바르면 뭐 난대요."

나는
"맞아요 평소 얼굴인데"

하고 깔깔 웃었다.
그리고 헬게이트가 열렸다.



청소 다하고 도서관에 앉아있는데 조금씩 조금씩 열나고 뒷목이 뻐근하고 머리통이 지끈지끈 해왔다. 감기기운이 남아서 그런가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헉, 숨이 잘 안쉬어지고, 목소리가 안 나오고, 머리를 떼어서 버리고 싶을 정도로 옆머리랑 뒷목이 쑤시고, 온 세상이 빙빙 돌았다. 배가 물구나무 선 것처럼 위로 치받혀서, 화장실 뛰어가서 와락 토했다. 눈이 빠질 것 같았다. 그 다음부터는 드문드문 기억난다.

열 손가락 열 발을 한번 땄더니 차도가 없어서, 서너번씩 콱콱 찔러서 피가 철철 나게 땄다. 활명수 두병 마셔도 차도가 없다. 이사님이 "아이고 어쩌냐 어쩌냐"하면서 약국에서 이것저것 사다주셔서 한방 소화제랑 활명수를 또 먹었다. 다 합해서 네 병 마셨나;;



이사님이
"딱 보고 노르탱탱할 때 알아봤다니까!
얼굴 색이 다르더라고!"

원인은 김밥 한줄.
아침에 먹자마자 체한거다.

"아이고, 이렇게 애기같애서 어쩌냐!
좀 일찍 오랬다고 긴장해서 체하고 그러면 어쩌냐!"
나보다 이사님이 더 놀라신 듯 ㅠㅠ


더 대담해져야 이 거친 세상을 살아가겠다!
의연하고, 태연자약하고, 뻔뻔하고, 너스레 충만해야겠다.
긴장따위 하지 않고 밥도 잘먹고
몇분 늦는다고 조마조마하면서 다니지 않고
시간 사이로 여유롭고 매끄럽게 다니고 싶다!



토할거 토하고, 딸 거 다 따고, 소화제 먹고, 반 기절해서 두시간 엎드려 있으니까 숨이 편안해졌다.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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