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책이 쌓여있다.
도서관에서 야금야금 빌려다 놓은 책이랑
어머 이건 소장해서 읽어야 해 하고 산 책이랑
벗님한테 선물받은 최승자 시인 시집 (>_<❤️) 합해서
지금 베개 옆에 열 다섯권.
공든 탑처럼 한층 두층 쌓아서 열 다섯층.

책은 읽으려고 빌려온 건데
이런 이유 저런 이유로
퇴근하고 와서는 펴보지도 못하고 잠드는 요 며칠이다.

'사서가 되어가지고는!
날마다 책을 읽어야지!
오늘 책을 읽지 않고도 사서라니!'
하고 스스로를 호되게 나무라는 한편
스스로 만든 나무람 자체가 흐뭇하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건
틈틈히 시간 날 때만 책을 읽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대놓고 시간을 들여서 책을 읽어도 된다는 거다.
시간을 쓰는 우선순위가 책 읽는 것이어도 괜찮다는 것.
하, 이런 호사가 다 있나.

음식을 만들고 청소정리를 하는데 시간을 더 쓰는 삶도
분명 그 나름대로 즐겁고 행복했다.
다시 그 삶을 산다고 해도 즐겁게 잘 지낼 것 같다.
할 일을 하는 사이사이 짬을 내서 책을 읽으면서
'책을 읽을 수 있다니, 호사다!' 하겠지.


나한테는 책을 읽는 자체가 인생의 호사다.
그래서 지금
책을 읽는데 시간을 더 써야 하는, 더 써도 되는 이 삶은
우주 최강의 호사다.


나는 사서다.
읽는다.
읽을 책이 쌓여있다.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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