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다녀와서 저녁을 차려먹고, 쓰레기 분리수거하고, 방청소하고, 빨래를 널고, 산책을 다녀오고, 설거지를 마치니, 씻고 잘 시간. 일요일에 황태감자국 한냄비 끓이고 장을 봐둬서 반찬은 안만들어도 된다.

그런데. 산책하면서 강의듣는거 말고 다른 공부는 언제 하지? 벌써 졸음이 몰려온다;;

혼자 지내면 밥먹고 공부만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고시생같은 공부모드. 그동안 못한걸 몰아서 하는 공부모드. 그런데 그렇지도 않다. 여기도 여전히 생활이 있다. 혼자 있어도 집은 어질러지고, 버릴 것도 계속 나오고, 먹고 마실 것도 날마다 만들어야 한다. 어디를 가도 누구랑 있어도 그렇겠지. 살아가는데 이만큼의 시간은 들겠지.

그래도 그렇지, 왜 좋아하는 책을 앞에 쌓아두고 읽지를 않고 있을까, 좀 더 생각해보니, 생활하는 것이 꽤 즐거워서 그런가보다. 내가 있는 작은 공간을 시간을 들여서 단정하게 가꾸는 것이, 공부만큼이나 재미있다. 살림의 재발견! 이 소박하고 홀가분한 규모라니. 아주 작은 집이라 약간만 손을 대도 금방 티가 난다. 집안일이 금방 끝나면 '진짜 이게 다야? 이제 더 할 일 없는거 맞지?'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이 무척 좋아져서 (그 금방 끝나는 분야가 여러개인 것이 함정이지만;) 마치 '내가 원래는 살림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착각할 정도다.

공부할 시간도 벌어야지. 마음을 더 내야지. 공부하러 왔는데 재밌다고 살림만 하고 갈 수는 없다. 이대로 즐겁고, 더 부지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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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부터 2016년 상반기의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됐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날마다 하나씩 공부 일정이 있다. 월화수는 평생교육원 문헌정보학. 목요일에는 관문학당 사주명리학 심화과정. 금요일에는 평생학습원 논어. 토요일에는 글쓰기공작소 수업이 있었다.



이 일정에 적응하려고 그동안 차근차근 준비했다. +_+ 


+


하나는 일어나는 시간이다. 아직 잠속에 있는데 시끄러운 알람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강제로 깨는게 너무너무 싫었다. 그래서 알람을 쓰지 않으려고 했다. "늦지 않게 자고 스스로 일어나는 것이 목표!" 했다. 그럼 언제까지 일어나면 될까? 아침 10시에 강의실에 앉아있으려면 9시20분에는 집 현관문을 나서고, 그러려먼 8시반쯤에는 밥을 먹고 치우고 도시락을 싸고 옷을 입고, 그러려면 8시 쯤에는 일어나서 하루 동선을 체크하고 밥먹을 준비를 하면 된다.


3주 동안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과 활동을 기록해보았다. 2시 넘어서 자면 7시 40분~8시 30분, 1시~2시 사이에 자면 7시 30분, 12시 반에 자면 7시쯤 일어난다. 1시 전에 자야 다음날 눈이 뻑뻑하지 않았다. 그럼 12시 30분~1시쯤에 자면 알람 없이도 충분히 스스로 일어날 수 있겠다. 


일단 눈을 뜨면 하고 싶은 것이 모락모락 생겨나서 다시 눈을 감을래야 감을 수가 없었다. 이런 아침, 전에도 있었던가. 신기해하면서 날마다 눈을 뜬, 실험기간 3주.



+


또 하나는 밥 잘챙겨먹기. 그러려고 전자렌지를 샀다. 아이들한테는 전자렌지로 데운 음식이 해로울까봐 쓰지 않았다. 대신 시간을 들여서 끼니마다 냄비에 불을 올려 다시 끓이고 스텐압력밥솥에 해둔 식은 밥을 살짝 쪄서 갓 지은 밥처럼 해서 먹었다. 혼자 먹을 때는 그러지 않고, 시간 덜쓰고 편하게 챙겨먹는 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남는 시간에는 책 한자를 더 읽자. 1분 30초의 기적. 따로 설거지꺼리 없이 잠깐동안 딱 한그릇 밥과 딱 한그릇 국이 따뜻해진다. 밥 한솥 국 한냄비 끓여두고 냉장고에 넣어서, 한끼 분량씩 꺼내서 후딱 데펴먹고, 후딱 치우는게 가능해졌다.


일과를 마치고 저녁때마다 하루는 밥하고, 하루는 국끓이고, 하루는 반찬 하나 만들고, 아침에는 밥먹고 도시락싸고. 그렇게 소꼽 살림하느라 재미있고 바빴다.


목요일부터는 낭만자매 보람이가 사준 중탕기로 한달분량 경옥고도 만들고, 사물탕도 끓여서 먹고 있다. 약기운인가, 피가 마구 새로 만들어지는 것 같은 기분 -_-+


+


또 하나는 운동. 저녁을 일찍 먹고 일단 집을 나서서 걷는다. 이번주에는 4단지 옆 가로수길을 지나서 과천 저수지길을 이틀 걸었고, 하루는 문원동 버스종점까지 걸었다. 아직은 밤에 좀 추워서 목도리, 장갑, 털부츠, 겨울잠바, 내복, 모자까지 완전무장한다. 녹음해둔 강의를 들으면서 걷는다. 만교샘 글쓰기 공작소 강의도 듣고, 도담샘 동의보감 강의도 듣는데, 듣다가 나도 모르게 아하하 소리내서 웃으면 길 가던 사람들이 슬금슬금 나를 피하기도;; 걷는 자체가 좋고, 들으면서 새록새록한 것도 좋다. 강의 듣다보면 두시간도 짧아서 아쉽다. 돌아오면 손바닥 발바닥이 따끈따끈해지고 숨도 깊이 쉬어지고 잠도 무척 잘온다. 활기 활기. 이 활기가, 하루하루를 버티는 몸의 힘이 되고 있다.


+


날마다 시간 맞추고 오래 앉아있는게 고되었던지, 수요일 오후쯤에는 피곤해서 양쪽 눈에 다래끼가 볼록볼록 났다. 눈이 뜨겁고 뻑뻑하고 안압이 치솟고 눈 안에 모래가 굴러다니는 듯한 이물감에, 또한번 내 몸을 과신한 나를 반성했다. 기운을 더 더 아껴야겠다. 수요일 저녁에 일찍 자고 목요일에 집에 있으면서 좀 가라앉았다. 다래끼가 날 정돈데도 이번에는 입안에 구멍이 나지도 않고 헐지도 않았다. 꽤 잘버텼다.


돌아오는 금요일이면 과천에 이사와서 처음 월세를 내는 날이다. 하루 하루가 일일드라마 20분짜리가 끝나는 것 같은 기분이다. 방금도 오전 12:55분에서 57분으로 바뀌었다. 1시 전에 자야지.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주도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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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쿵 저리 쿵 부딪히고 얼얼해져서
다시 돌아온 처음 마음.


감정, 일, 말, 관계.
기운이 새나가지 않게 조절하기.

좀 덜해도 괜찮으니
몸이 허락하는 만큼만 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기!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살려고 해서
정작 하고 싶은 것을 하기도 전에 병나지 않게,
몸을 관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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