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강학원 퇴근길 인문학. 3월에 4주동안 매주 화요일 저녁 7시반. 도담샘 <동의보감과 사유의 모험> 강의가 열린다. 다음주 화요일부터 1강이 시작이다.

http://www.kungfus.net/bbs/board.php?bo_table=0000&wr_id=7226

무척 재밌다. 생각이 얼마만큼 멀리멀리 나가고 이렇게 저렇게 엮일 수 있나, 그야말로 사유의 모험을 하는 시간이다. 나는 관문학당에서 2월 겨울방학 특강으로 한번 들었다. 동의보감이고 양생이고 잘 모를 때, 매시간마다 "앗!" 놀라고 "헉!" 충격 받았다.


'다시 들으면 더 잘 들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시 들으면 어떤 부분이 마음에 깊이 들어올까.'
'...... 이게 공부 집착인가보다. 배운대로 해보려고 하지는 않고, 또 배우는 시간 속에 있으려고 하는구나.'

해서 참는다. 대신 벗님들한테 들을 수 있으면 들으라고 열심히 얘기하고 있다.

몸이 아프거나 삶에 대안이나 전환이 필요한 벗님들, 나와 내 세계를 잘 돌아보고 싶은 벗님들, 시간 되면 꼭 들어요. 삶의 방향을 새로 잡는데 필요한 힌트가 쏟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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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식의 모든 행사를 마치고 한결이는, 함께 입학하는 친구 일곱명 중에 같이 놀아보지 못한 유일한 친구인 정우한테 다가가서 말했다.

"우리, 달리기 할까?"

한결이의 이 마음이 아슬아슬한 희망이구나, 했다.

학교에서는 즐거운 입학식을 만들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한 것 같다. 인사말도 의례적이지 않았고, 공연도 하고, 미리 써둔 플랭카드를 펼쳐서 표어도 외쳤다;; 신입생들은 선물도 받았다. 준비하느라 시간도 많이 들고 애들도 선생님도 애썼겠다.

한편으로. 국민의례,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에 교가, 앉아있어야 하고, 움직이면 안되고, 시키지 않으면 말하면 안되고, 시키면 대답해야 하고, 그저 듣고 있어야 하고, 재미있지 않은 노래를 외워야 하고 불러야 하고, 하고 싶은 것을 못하는 과정이 영 불편했다. 입학식때 잠깐 겪은 건, 이제부터 시작일 잠재적 교육과정의 아주 일부분일 뿐이겠지만, 그 잠시도 그 조금도 나는 불편했다. 위계. 질서. 가만있으라. 이 수직의 사회 구조에 아이를 넣는 =_= 하루 하루가 보이는 듯 했다.

정성스레 준비해서 축제처럼 보낸 입학식이 고맙고, 동시에 그럼에도 없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그 속에서 내 아이가 살아남기를 빈다. 사람을 좋아하고 친구를 만드는 힘이, 사람을 사람으로 안보고 구조안에 눌러놓는 몹쓸 상황일수록 잡초처럼 질기고 튼튼하게 살아남아서, 풀뿌리처럼 번지면 좋겠다. 지금처럼, 누군가에게 다가가서 "우리, 달리기 할까?"하고 밖으로 달려나가서 같이 노는 친구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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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에 피아노가 없는 걸 나보다 더 안타깝고 아쉬워하고 마음아파하는, 아빠 엄마.

"괴산에 한번 갈까? 가서 실어다 줄까?"

할 때 아빠 표정이랑 목소리가 계속 떠올라서 먹먹하다. 누군가에게 들려주거나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닌, 그저 피아노를 치는 그 자체를 좋아하는 줄 엄마 아빠는 알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걸 알아준다. 좋아하는 걸 계속 할 수 있도록, 같이 좋아하고 응원해준다. 내가 피아노 좋아하는 걸 나보다 더 좋아해주는 엄마 아빠.


택배로도 부칠 수 없는 그 무겁고 예민한 악기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집에 가져올 수 없으면, 내가 피아노 있는 곳에 갈 수도 있겠다. 가까운 교회를 다닐까. 집이 어느정도 정돈되면, 매일 가서 연습해도 되는 실용음악학원을 다녀볼까. 보리언니랑 러버부츠 활동을 파리에서 하려면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해야 하는데. 더 생각해봐야겠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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