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한결이는 수첩에다 뭔가를 쓰기 시작.


엄마한테 "박ㄹ혜 대통령 아니야? 그런데 왜 물러나라고 해?" 하고 묻는데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몰라 잠시 당황했다.


"대통령인데 일을 너무 안하고, 일을 너무 못해서 그래."

하고 시작해서 몇가지를 나름 쉽고 자세하게 얘기한다고 했는데

초딩 1학년을 납득하게 설명하기가 쉬운게 아니었다;;

얘기하고 나니 '이 문제 의식이 최선인가' 하고 부끄러워져서 

다시 얘기해줘야겠다 싶다 -_-;;


그래서 촛불집회에 같이 오길 잘한 것 같다 ㅋ

한결이가 와서 보고, 먼저 질문을 해줬다.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시작되고

지금 여기의 의미도 이야기한다.


앉아서 킨더조이 초콜렛도 먹고 물도 마시고 간다.

두꺼운 옷이 한짐이 됐지만 그래도 날이 포근한게 낫다. 

처음부터 끝까지 감사했다.

 

한결이는 계속 쓰고.


밤에 봐도 노란 은행잎 아래서

또 쓰고


또 쓴다.

"퇴진하라"를 옮겨써보기도 한다. 

이렇게 한글을 배우다니 ㅋ


촛불을 들고는 좋아서 가슴벅차한다.


좋아서 하하


삼청길 입구. 

버스벽이 둘러져 있고, 열어달라 항의하고,

"경찰도 같이하자!"를 외치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글쓰기 공작소 지인을 만나 반가워하는 고 잠깐 사이에

온유가 갑자기 사라져서

전국민이 지켜보는 미아 포스팅을 할 뻔 했다 =ㅅ=;;


지인이 찾아나서서 다행히 찾고 보니 

저기 뒤에서 음악소리에 맞춰서 혼자 춤추고 있더라고 ㅋ





같이 걷던 할아버지가 준 LED 촛불은 

온유 손에 들어가서 광선검이 되었다.


한결이는 굵은 초를 들고 있으면서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

자기만 들고, 온유는 한번 만져보지도 못하게 했다.

그런데 지금 들고 있는 건 쓰레기 봉투 뒤져서 찾아낸 다른 얇은 초다.


사연인 즉슨.

방금 전에 어떤 아저씨가 한결이한테 초코바를 주고 지나갔다.

한결이는 그게 무척 고마워서, 아저씨한테 뛰어가서 

들고 있던 굵은 초를 내밀면서 "이거 줄께요!" 하고 주고 왔다.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고, 기꺼히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내주었다.



집으로 가려고 내려온 경복궁역.

4번출구 앞. 여기만 나가면 청와대로 가는 길인데.

경찰은 꽉 막고 서있고, 사람들은 비켜달라고 하고 있다.

온유는 기어서 돌파하려고 했지만.


천원주고 뽑기한 팔찌를 차고서는

누군가에게 명령하고 있다 ㅋ



팔찌를 하나씩 끼었을 뿐인데

장풍과 레이저와 듣도보도 못한 무술이 나온다 ㅋ


온유는 여기도 내방. 엎드리고 눕고 기고;;

여튼 한결이 승.


3호선에서 4호선 갈아타는 충무로역. 

화장실 들렀다가 나오는데 거울이 보인다.

벌써 열두시도 넘었지만 오늘 가족사진 한장은 남기고 싶어서 찍는다.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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