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다 ㅠ_ㅠ


[나카자와 신이치의 예술인류학] 챕터 3장 세미나 발제를 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발제라기보다는 요약에 가깝지만.


오늘 저녁에 하는건데, 이것만 한다고 해도 여섯 시간정도 남았는데, 무슨 말인지 갈피도 못잡고 있다. 어쩌다 관념론, 이데아, 이런 걸 아주 작정하고 하나로 묶어놓은 챕터를 맡아서 한 문장에서 다음 문장 건너가기가 가시밭길 천리길이다. 이게 계속 마음에 걸려서 어디 가지도 못하고, 하고 싶은 공부도 우선순위를 다 미뤘는데, 당최 진도가 안나간다.


+


"요약 잘하는 민경씨가 하세요" 할 때 "네." 하고 덥썩 맡아버렸다. "요약 잘하는" 에 확 고맙고 가슴이 뭉클해져서, 마치 맡고 싶었는데 맡겨준 것처럼, 다른 누가 맡을세라 단숨에 맡아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발표를 하려고 준비를 시작할 즈음에, 대략 들춰보면서, 내용이 온통 관념인 걸 알았다.


이런 내용인 걸 먼저 알았으면 못하겠다고 했을거다. 읽어보기 전이어서 몰랐고, 이미 물릴 수 없게 되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정면으로 텍스트를 만나서 어려움을 겪고 나면 뭔가 배울 수 있겠지 했다. 오직 내가 맡아서 공부한 부분만 남는 것을 경험해봐서, 이번에도 뭔가를 남겠지 했다. 


자만이었다.

오만했다.

과신이었다. 

이거 말고 다른 모든 책의 문장이 달콤하게 느껴진다.


다음부터는 절대로 덥썩 맡기면 덥썩 맡지 말아야지. 거절하는 순간의 어려움을 눈감아 넘기고,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 사이에 쌓이는 어떤 종류의 신뢰를 저버리면, 나는 자유다. 눈에 안띄게 가늘고 길게 가야했는데 하아...


결국 나는 선생님과 동료들과 함께 공부할 만한 열심히 하는 학인이 되려고 자유를 팔았고, 나를 힘들게 하는 어떤 상황 속으로 들어가서 뭔가 배우려고 자유를 팔았다. 스스로 어려운 텍스트의 노예가 된 셈이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내가 감당할만한 텍스트가 아니었다는 것이 함정 ㅠ_ㅠ



+



어쩌나. 엉엉. 그만두더라도 힘이 다해서 도중에 그만두는게 중도이폐랬다. 미리 재봐서 안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지.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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