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다리. 그녀들의 다리. 나였던 다리.

괴산가느라 터미널 가는 지하철을 탔는데, 바로 앞에 있는 아가씨의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허벅지부터 종아리까지 근육이 거의 없는 듯 약간 있는 듯, 뼈의 모양이 그대로 보이는 늘씬한 다리다. 그리고 내 다리를 내려다 봤다. 나란히 놓고 보니 내 다리는 육상선수인 것 마냥 무척이나 튼튼하고 실해보였다 +_+ 아, 나 지금 정말 괜찮다.

지금 내 다리는 두시간 정도는 걸을 수 있는 만큼의 근육이 붙어있고, 이 근육은 날마다 쓰고 있으니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밥을 잘먹으면서 운동하니까 골밀도도 촘촘하겠고, 부피만큼 무게도 나가겠다. 그러니 다시 못(안)먹고 못(안)움직여서 만들어지는 가느다란 다리, 요정같이 가벼운 몸은 될 수 없겠다. 애초에 그렇게 될 수 없는, 되지 않으려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여기서 몸이 더 안좋아질래야 안좋아질 수가 없다.

(여러번 정리했지만 또 정리하면)
때맞춰 꼬박꼬박 세끼 밥도 한약도 잘먹고,
날마다 산책하고 있고,
머리를 대면 쿨쿨 잘자고,
생활 반경도 고만고만하고 관계도 적고,
그 다음 일 그 다음 수업이 있어서
일상이 리듬을 타니,
기운이 빠져나갈, 더 나빠질 조건이 없다.

남은 건 이대로 생활의 리듬을 타면서
몸을 보하고 마음을 잘 쓰는 것 정도일까.


아침마다 체중을 체크하는데
이제 더 내려가지도 올라가지도 않는다 :-D
한달동안 거의 변동이 없고,
표준체중에 약간 못미치지만 거의 표준이다.
딱 봤을 때, 안스럽고 불쌍해 보이는 단계를
어느 순간 훌쩍 뛰어넘은 것 같다. 아하하.


한줄 요약 :
성실한 생활을 증명하는 것 같은
건강한 내 다리에
문득 감탄해서 남기는 일기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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