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산책하면서 보니,
나비처럼 생긴 오리온자리가 쑥 올라왔다.
별자리 배치가 어느새 바뀌었다.

하고 싶은 일을 적어보니 알겠다.
나도 변하고 있다.

앉으나 서나 자나 깨나 도서관 일 생각하고, 입만 열면 도서관 이야기하고, 도서관에 있으면 너무 설레서 종종 밥도 안먹고 밤 늦게까지 정리하던, 푹 잠겨있던 시간을 빠져나오고 있다.

여전히 도서관은 무척 좋아하지만. 언젠가부터 수첩에는 읽고 싶은 책이랑 보고싶은 영화 목록이 가득하고, 머릿속에는 일기쓰려고 틈틈히 떠올리는 문장이 가득하다.
집은 책상이 중심이다. 읽고 있는 책은 오늘 읽을 부분이 펴져있고, 밑줄 그을 색연필이 옆에 놓인 책상. 책상에 앉아서 뭔가를 읽고 쓸 때는, 집이 정말 내가 사는 집 같다. 책상을 정돈하려고 청소를 시작한다. 

도서관 일을 하려고 하루의 일과를 싹 새로 배치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산책하고 공부하려고 밤시간을 중심으로 하루 일과를 짠다.


계절은 바뀌고,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내 마음도, 삶도, 시절을 따라 흘러간다.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걸 알게 된 후부터, 뒤로 돌아갈 수도 이대로 있을 수도 없게 되었다.

솔멩이 도서관과 솔멩이골 사람들과 가족과 앞으로 다가올 운명과 나. 한걸음 떨어져서 볼 수 있는 이 변화가 어쩌면, 우리 모두가 다른 차원의 관계를 맺는 다음 단계에 들어갔다는 신호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변했다. 내가 변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마음이 놓인다. - 마루야마 겐지 <달에 울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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