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에 한결이랑 온유가 왔을 때

 

한결 :

엄마, 나 어제 늦게 자서 너무 피곤해.

새벽 세시에 잤어.

그리고 아침 여덟시에 일어나서 차 타고 온 거야.

주말인데 학교 갈 때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힘들게 온 거야.

 

나 :

헉, 엄청 피곤하겠다.

그렇게 피곤한데도 엄마를 만나러 와줘서 너무 고마워!

오늘 일찍 자자. 내일 아침까지 푹 늦잠 자자.

근데 뭐하다가 세시에 잤어?

 

한결 :

시 쓰다가.

 

나 :

우와 @_@

 

 

다들 잠들었을 때 몰래 일어나서

시를 쓰다가 다시 잔다고 한다.

종종 그런다고.

 

며칠 전에 대충 본 유튜브 영상에서 슬라보예 지젝이

행복은 찾아오는 게 아니라 고통을 불사하는 것이라고,

비윤리의 범주라고 했는데,

그 얘기를 들으니 한결이 생각이 났다.

 

제 때 자고 제 때 일어나야 마땅하고 옳은

성장기 청소년의 생활 윤리를 벗어나

한밤중에 몰래 시를 쓰는 한결.

잠도 미루고 좋아하는 것을 하는 한결.

 

비윤리적이고 불량한 엄마는 

한결이가 좋아하는 것이 있어서 좋아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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