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많이 읽는 벗님한테 물어봤다.

"어떻게 그렇게 많이 읽어요? 언제 읽으세요?"
"그렇게 많이 안 읽는데 (웃음)
아침에 출근하면서 지하철에서 읽고 주말에 읽어요.
30분 일찍 출근해요. 매일 그러는 건 아니지만.
퇴근할 때는 지쳐서 아무 생각 없이 가요."
"와, 그렇구나."


+


집에 왔는데
그 이야기가 씻을 때도 생각나고,
씻고 나서 이불에 엎드려서 책 읽는데도 생각나고,
자려고 누워도 생각나고,
하룻밤 자고 일어나도 생각이 나는 거다.

와, 너무 멋지잖아.
책을 읽으려고 30분씩 일찍 출근하다니.



'나는 출퇴근할 때 어떻지?'

큰맘먹고 엄청 빨리 출근하면 15분~10분 일찍 도착하고
대부분 아슬아슬하게 맞춰서 가고 늦을 때는 2~3분 늦는다.
크게 늦지 않는다고,
학교 다닐 때보다 완전 잘하고 있다고,
우쭐했다!

51번 버스 타거나 1호선 안양역에서 지하철 타면
아침으로 주섬주섬 뭘 먹고,
거의 앉을 자리가 없으니 서서 멍하게 음악 들으면서 간다.
어쩌다 자리나서 앉으면 스마트폰을 봤다.

확실히 책을 읽지 않았다.
읽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아침에는 아예 읽는다는 개념이 없었다!



'나는 언제 읽지?'

매일 읽지 않았다. 생활하는 틈틈히 읽지 않았다.
3-4일에 한번 밤에 몰아서 읽거나 주말에 몰아서 읽는다.
몰아서 읽을 때는 잠도 새벽 넘어서 잔다.
일 마치고 오면 졸리고 피곤하니 이틀은 뻗고,
사흘째 체력 돌고 정신이 들면 몰아서 읽었다.

벗님처럼 일상의 한 부분이 아니었다.
날마다 빼놓지 않고 누리는 기쁨이 아니었다.
날이면 날마다 쓰는 읽기 근육이 아니었다.




+


그래서 나도 결심.
나는 한시간 일찍 출근해서 책읽어야지! 했다.

지난주랑 이번주 내내 그렇게 했다 :-D
평균 40분 일찍 일어났고
평균 40분 일찍 출근했다.

한시간 일찍까지는 못하더라도
할 수 있는 만큼 일찍 집을 나섰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앉아서 숨을 고르면서
다만 몇분이라도 읽었다.
그렇게 아침에 시작해서 매일 읽고 있다.


+



출근하는 버스에서 운좋게 앉으면 읽고
(1호선은 그 아침 시간에는 지옥철이라 몇번 타보고 패스.
20분씩 연착되고 몸 마구 부대끼고;;;)

도착하면 도서관에 가방 휙 벗어놓고
바로 옆 (에어컨 천국) 기업은행에 살며시 들어가서 읽다가
9시 50분에 도서관 문 열 준비 하러 나오고

점심엔 고민없이 후다닥 구내식당가서 밥먹고
얼른 와서 또 기업은행에 앉아서 읽고

퇴근할 때 버스나 7->1호선 타는 대신에
앉아서 갈 수 있는 2호선->4호선을 타서 읽었다.



이렇게 틈틈히 15분 20분씩 읽어도
이틀에서 사흘이면 책 한권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밤에 서너시간 몰아서 읽는 것도 아닌데
어느새 남은 페이지가 확 줄어있는게 신기하고 뿌듯했다.
3분, 5분 동안에도 꽤 많이 읽을 수 있다 +_+


+


좋은 습관을 나눠주신 벗님 고마워요.
좋은 자극이 되었어요.
아침에 책 읽기도, 책 읽는 매일도, 좋아요.

하루 일정을 다 마치고가 아니라
하루 일정 사이의 시간에도 길이 있었는데.
그걸 보게 해주어 고마워요.

활자와 이야기가 틈새 시간마다 흘러들어와서
날마다 기뻐요.
읽을 생각에 눈 떠서부터 신나고, 집을 나서면서도 신나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 :-D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앞으로 앞으로  (0) 2017.08.06
글쓰기 공작소 2017년 가을강좌 : 신입반 <사랑과 이별>  (0) 2017.08.05
폭염작렬 도서관  (0) 2017.08.04
20170615 국제도서전   (0) 2017.07.28
핸드메이드페어 사진 몇장  (0) 2017.07.2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