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는 도서관에 아가랑 온 가족들이 눈에 많이 띈다. 피식 웃음이 난 아빠+아기 커플이 있다.


1. 나랑 놀아.

아빠는 신간서적 물리학 책을 두세권 골라두고 신간 서적 서가를 훑어보고 있고, 아직 두돌 안 되는 것 같은 아이는 아빠 옆에 바짝 붙어서서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외롭고 서러운 얼굴로 "엄마 아떠(없어)! 아떠! 흐으윽-" 한다. '흐으윽'이 끝으로 갈수록 커지는 것이, 누가 들어도 곧 울 기세다. (흐으윽 소리에 나는 벌써 빵터지고 ㅋㅋㅋㅋ)

아빠는 한숨 한번 하 쉬고, 신간서적 서가에서 눈을 떼고, 몸을 돌려 쪼그려 앉아서 아이랑 눈을 맞춘다. 아이는 순간 바로 표정이 바뀐다. "이리 와! 이리 와!" 하면서 아빠 손을 잡고 끌고 간다. 손 잡혀서 끌려가는 아빠 얼굴은 어둡고, 앞서가는 아이는 신이 났다.



2. 움직여 줘.

유모차를 끌고 데스크로 회원증 만들러 온 애기아빠님. '이렇게 저렇게 하시고요..' 하고 안내하고 있는데, 아빠는 불안한 표정으로 계속 뒤를 돌아본다. 이 상황, 왠지 예전부터 알고 있는 상황같다. 감이 오는 것 같아서 얼른 타닥타닥 회원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데, 아니니다를까, 갑자기 "애앵!" 한다. (동시에 푸학 웃음나는 걸 참았다.) 아빠는 바로 홱 돌아서서 유모차 손잡이를 잡고 앞뒤로 움직인다. 조용해진다. 남은 절차를 밟느라 다시 잠시 멈췄더니 손을 놓자마자 또 "애앵!!" 한다. '움직여요 아빠야! 네버스탑!' 하는 말이다.

나 원 참 웃겨서 ㅋㅋㅋ 누워서 버둥버둥만 하는 애기도 원하는걸 해달라고 이렇게 정확하게 표현을 한다.

회원님은 한숨 한번 후 쉬고, '이런 건 늘 하는 일이다' 하는 듯한 표정으로 유모차를 앞뒤로 흔들흔들 밀고, 나는 초-초-스피드로 회원증 발급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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