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이랑 온유는 곰이랑 멧돼지처럼 싸운다.
싸울 때마다 엄마된 자의 도리로,
싸움을 멈추고 잘잘못을 가리면서 혼낸다.

이게 나한테는 너무 힘에 부친다;;
하지 말라고 한번 말해서는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인상을 쓰면서 버럭 소리를 질러야 간신히 들을까 말까 하는데,
그렇게 인상쓰고 버럭 소리를 몇 번 하고 나면
팔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기진맥진해진다.

그렇게 혼신을 다해 말리고 나서
다시 혼신을 다해 내린 내 공정한 판정에
두 녀석이 다 납득하지 않는다.
개운하지 않다. 둘 다 입이 댓발이다. 불만이다.
불만인 채로 곧 다음 싸움이 일어난다.
또 다음 싸움이 일어나고
나는 점점 눈이 움푹움푹 파여간다.


"하지마 하지마! 왜그래!
엄마가 '하지 말라'고, '왜 그러냐'고,
언제까지 이렇게 소리를 질러야 하는 거야!
하지 말라고 할 때마다 안 좋은 마음의 기운을 써서
엄만 너무너무 힘들다구.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진다구."
하고 펑, 눈물을 쏟으면서 울어버린 적도 있다.

흑흑 우는 나를 (잠시) 말없이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3분 후에 형제는
다시 치고박고 싸우기 시작한다.


의미없다.
아, 정말 다 의미없다.

전략을 좀 바꿔보았다.



온유가 울상을 하고 뛰어 와서
"엄마! 한결이 형아가 나 발로 차고 때렸어! >_<"

"그래?
그면 엄마가 온유 뽀뽀해줄게!
엄마의 뽀뽀를 받고 힘내!"

하고 몸을 덜렁 들어서
아기처럼 품에 꼭 끌어안고 뽀뽀를 했다.
(온유는 요 때를 놓치지 않고 찌찌에다 손을 넣는다 ㅋ)

한번 쪽.
두번 쪽. (두번째 할 때부터 벌써 싱글싱글 웃는다)
세번째 쪽, 하기가 무섭게 내 품을 밀어내고 달려나간다.

"한결이 형아 기다려어어어!!! (다다다다다)"



이후에도 온유가 형아한테 맞고 올 때마다
꼬옥 안아주고 뽀뽀해줬더니
3초도 안 되어서 마음이 풀린다.
울상으로 왔다가 얼른 다시 놀려고 뛰어간다.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한결이도
손에 잡힐 때마다
꼭 안아주고 뽀뽀해준다.
시크한 한결이 얼굴에도 웃음이 번진다.


엄마 충전기 :-D
어린이들은 고작 요런 걸로 급속 충전된다.
참 고맙다.

몇번 잠시 수월했다.



@속초, 여름휴가. 20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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