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깨서 비틀비틀
방문 열고 먼저 걸어나오는 1번은 90% 온유.

"잘잤어..."

엄마가 물어보기도 전에
뭘 물어보는 지 다 알고 먼저 대답한다 ^^

"엄마도 잘 잤떠?"
"응 ^^ 엄마도 잘잤어 ^^"
(뽀뽀 쪽쪽쪽 궁뎅이 두둥두둥)

그 다음에 한결.
눈두덩이에 끄트머리 잠이 아직 매달려 있다만,

"잘잤어... 배고파..."
"그래그래 밥먹자~"
(뽀뽀 쪽쪽쪽 궁뎅이 두둥두둥)

깨우지 않아도 날 밝으면 창밖이 환해서, 나도 혼자 눈 뜨고 일어나고, 아이들도 혼자 눈 뜨고 일어난다. 해가 늦게 뜨면 몸도 늦게 깨고, 해가 빨리 뜨면 눈도 빨리 뜬다. 아무리 늦잠을 자도 8시를 넘지 않는다. 이렇게 살 수 있는 시골이 고맙다.


+

나는 식구 가운데서 제일 먼저 눈을 뜬다. 한여름 농번기에 남편이 먼저 나갈 때 빼고. 오늘 아침도 7시에 눈떴다.

하지만 요새 이 기분 좋은 아침의 시작을 위협하건 바로, 농사를 시작한 남편의 알람!

아침에 쩌렁쩌렁 알람이 울리는데도 남편은 곧 잔다. 흔들어 깨워도 안일어난다. 얼른 내가 알람을 끈다. 그리고 다시 남편을 흔들어 깨운다. 이게 매일 도돌이표 되풀이니, 마치 나를 깨우기 위해 맞춘 알람같아 괘씸하다. 고약한 인간.

안그래도 눈뜨는 순간부터 사고치는 난동곰형제가 너무 일찍 일어나기까지 하면 아침부터 너무 기진맥진해지니까, 애들을 볼모로 잡힌 나는 총알같이 튀어가 알람부터 끌 수 밖에 없다.

강제로 잠이 깨는 순간 심장이 덜컥 멈추는 것 같다.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분노가 벌컥 치민다. 그런 내 입에서 절대 예쁘고 나긋나긋하고 고운말이 나갈리가 없다. 용이 불을 뿜는 것처럼 화를 내뿜으면서 남편을 깨운다.

오늘도 그랬다. 알람 울리기 전에 내가 잠이 거의 깨있었기에 망정이지, 애들이 꿈틀꿈틀, 다 깰 뻔했다.

"알람 듣고 안일어나고, 알람시간에 안일어나고, 끄고 한참을 더 잘꺼면서, 왜 맨날 맞추고 안끄고 넘의 잠을 깨우냐?"
하고, 강하게 타박했다. 너무 고약햇!

남편 입장에서는 안맞출 수도 없는 노릇이긴 한데.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어서 별채를 두고 각방을 써야겠다. 그치만 지금 당장 별채를 만들 수 없으니까, 알람보다 내가 더 먼저 일어나는 신공을 길러야겠다.
과연 /_\....

+

2007년, 비공개 일기.



예전에 비하면 정말, 인생역전! 지금은 이렇게 발딱발딱 잘 일어나는 걸. 전에는 못일어난다고, 왜 못일어나냐고, 얼마나 자학하면서 살았나. 다시는 알람이 나를 강제로 깨우는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앞으로도 알람소리를 듣고 못일어나면 큰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공포스런 하루하루와 멀리멀리 떨어져서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언제 어디있든 누구와 있든
날마다 "잘잤어 ^^" 하는 아침으로 시작하길.

+

글고보니 남편도 불쌍하네. 남편도 알람듣고 깨는 생활이 싫어서 귀농했을텐데. 농사를 짓는 죄로, 늦게 일어나면 모종이 햇볕에 타버리는 공포를 안고 아침을 맞으니 불쌍타.
좀 봐줘야겠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이트데이, 호시절  (0) 2015.03.15
내 인터뷰는  (0) 2015.03.14
삶은 달라져서 살아볼 만한 것  (0) 2015.03.04
오늘아침 의욕의 원인 탐구 +_+  (2) 2015.03.02
눈온다-  (2) 2015.03.0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