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멩이 도서관 밴드, 느티나무 통신 밴드, 아나바다 밴드에 도서관 프로그램 수강생 모집 공지를 올리면서 문득, '어쩌다 이렇게 드러나게 살고 있지?' 했다.

그저 조용하게, 좋아하는 책 읽고, 뜻 맞는 사람들이랑 같이 공부하고, 종종 친구랑 만나 재잘재잘 떠들고, 별 보면서 타박타박 걷고, 우주에서 오직 나한테만 중요한 오늘 일을 사각사각 남기면서 살아도 행복한데. 눈에 띄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하게 살고 싶은데. 어쩌다 이렇게, 크고 넓게 외치는 자리에 서 있구나.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것을 같이 하자고 알리는 것이니까, 견딜 수 있다.

언제까지나 오래오래 솔멩이골 작은도서관에서 일할 수 있을 지는 모르는 일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있을테지. 이별처럼 불현듯 다가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시간이 다하기 전까지 할 수 있는 만큼, 내일이 없는 것 같이 오늘 마음 다해 가꾸어야지.

오늘 우리 마을에 사는 어느 누군가가, 혹은 어떤 꼬맹이가, 마음편하게 도서관에 들러 책 한권을 펴볼 수 있으면, 그걸로 내가 받을 상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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