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같이 어둡다" 는 말이 어울리는 것 같다. 칠흑이 무슨 색인지 잘 모르면서. 어디서 많이 줏어들은 그 말이 떠올랐다.

 

비가 온 어제, 비 그친 오늘, 비구름이 밤하늘을 덮었다. 칠흑은 지금 보고 있는 어둠색일 것이라고 맘대로 갖다 붙인다. 찾아보니 옻칠한 빛깔을 칠흑이라고 한단다. 삼단찬합 도시락 안에 발라진 진짜 진짜 시커먼 색이구나.

 

그림자도 없고, 길에 생긴 물웅덩이도 빛나지 않았다. 장화를 안신고 나갔으면 몇 번이나 웅덩이에 신발을 적셨겠다. 그런데 달빛이 환하게 밝을 때보다 마음이 편하다. 간신히 길만 구분할 수 있는 어둠속에서 천천히 걸으니, 어둠에 스며들어 어둠의 일부가 된 것 같다. 이 세상의 일부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

 

나 때문에 동네 고라니가 종종 놀란다. 이주 동안 네번 마주쳤다. 엊그제는 농로에서 논에 첨벙 뛰어들고, 어제는 뚝방길에서 강으로 첨벙 뛰어들었다. 어제는 2미터 앞에까지 올때까지도 몰랐다. 안보였다. 눈 앞에 있는 둥글고 검은 생물이 멧돼진 줄 알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오늘은 안만났다.

 

비가 와서 좋은지 논바닥 개구리가 귀가 먹먹하도록 질러댄다. 바람은 뺨에서 귀로 목으로 머리카락을 사락사락 흔들면서 지나간다. 풀숲에 가만히 앉아 반짝반짝 빛나는 반딧불이도 유난히 많다. 구름과 구름 사이 강같은 하늘에 흩어뿌린 별사탕 별이 하얗다. 그리운 친구의 전화 목소리. 전화로 개구리 소리가 엄청 들려서 시골에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오늘도 호사 :-D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육각렌치 하나로 책장 세개를 조립하다  (0) 2015.07.13
오늘 밤하늘  (0) 2015.07.11
입이 살았다  (0) 2015.07.04
한달에 한번 성인식  (0) 2015.07.04
살고 있는 세계가 내 안에도 있다  (2) 2015.07.04

+ Recent posts